관광을 떠나봅시다, 모스크바
오빠의 철저한 투어 가이드 정신에 입각해 오늘은 모스크바 투어 1일차 아침을 맞았습니다. 이곳저곳 열심히 쏘다닐 예정이니 아침부터 든든히 먹고 오늘을 시작해 볼까요?
어제 사온 음식들로 배부르게 아침을 먹고 10시쯤 호스텔을 나섰다. 지하철 타? 아니, 트램 타? 아니, 그럼?? 걸어가면 돼~ 아하앙. 우리 걸어가는구나. 아또! 호스텔을 관광지 중심에 딱 잡아놓으니 교통수단을 따로 이용할 일 없이 대부분 걸으면 가고 싶은 곳에 도착한다. 우리의 첫번째 목적지는 트램린. (사실 다른 곳에 가려고 했는데, 트램린이 중간에 딱 걸려서 그곳이 우리의 첫 목적지가 됨)
#트램린
티켓 부스에 다양한 티켓을 팔아서 뭘 사야하나 고민. 700 루블짜리가 있고 500루블짜리가 있다. 우선 가서 어른 둘! 하니까 컴플렉스 티켓? 이런다. (이건 500 루블짜리인데..) ㅇㅋ! 하고 두장을 받아놓고 우리는 고민. 700 루블짜리와 500 루블짜리의 차이는 무엇이며 왜 저 언니는 500 루블짜리를 준 것일까. 고민고민 검색검색해본 결과 700 루블짜리는 무기 병기고 관람 티켓이다. 우왕.... 병기고 관심 없어용. 감사합니다 티켓 언니.
입장하기 전 수색대에서 가방과 몸 수색을 한다. 이미 단체관광객들로 줄이 저어기 아랫쪽까지 늘어서 있다. 우리는 단체 관광객을 요리 조리 피해 줄을 서서 통과... 하려고 하는데, 한국인 관광객이다. 우왕.. 한국인 어머님 아버님들.. 반가워요. 마음속으로 인사하고 있으니 오빠가 뒤에서 귓속에다 이런다. 가이드 따라다니면서 설명듣자, 오오- 좋은 생각. 하면서 따라가는데 하... 요즘 가이드 최신식. 마이크를 통해 말씀하시면 각자 목에 걸고 있는 수신기와 이어폰을 통해 이야기를 들으신다. 덕분에 무슨 소리를 하는지 거의 들리지 않음. 가이드 오빠도 목이 아프신지 큰 소리 절대 내지 않으심. 안들리는 와중에 몇마디 주워듣고 오빠한테 새모이 물어다 주듯 하나 알려주고 하나 알려주고. 에라이, 내가 공부한다. ㅠㅠ
주워들은 이야기
- 이반대제종탑 (차르의 종)
- 모스크바 도미션 성당 : 성화가 5층
- 아르항겔 대성당 : 무덤
- 성보영보 성당 : 왕족 가족 예배실
- 지하 구경
- 정원 구경
- 스파스카야타워 (시계)
# 점심은 쌀국수
설렁설렁 구경만 하고 나오려고 했는데 어쩌다보니 꽤나 열심히 들여다봐서 시간도 한참 흐르고 배도 슬슬 고파지기 시작한다. 최근 많이 먹게 되지 않은 대신 자주 배가 고파지는 갱양은 또 오빠에게 밥밥밥밥 힝힝. 바로 옆에 있는 쇼핑몰 지하에 푸드코트가 있어 먹고 싶은 걸 고를 수 있다. 요즘 러시아는 KFC가 핫한 모양. 줄이 어마어마하고, 대체로 롤이나 햄버거, 도시락처럼 골라먹는 음식류들, 아랍 언니들도 음식을 팔고 있을 정도로 다양. 우리는 햄버거나 가볍게 먹을까하다가 내가 급 쌀국수를 먹고 싶다며 변경. 소고기 쌀국수 하나와 해물팟타이, 스프링롤 하나를 주문. (세개 주문했는데 1000루블! 한국이랑 똑같아!!) 보잘것 없는 숙주 나물과 함께 음식이 나오고 난 흥분하여 냠! 냠.... 고...고....고수로구나 ㅠㅠ 해산물 팟타이는 완전 맛있어서 눈에 보이는 고수만 쓱 골라내어 먹으면 넘나 꿀이고, 쌀국수는 국물 자체에 은은한 고수향이... 롤에는 고수가 그냥 쏙 들어가 있다. 못먹는건 아니지만 선호하지 않는 관계로 팟타이 중심 공략. 쌀국수에 넣어먹으라고 준 매운 소스도 오랜만에 매운걸 먹으니 또 꿀. ㅋㅋ 처음에만 맵다하다가 나중엔 퍽퍽 찍어먹는다. 오랜만에 음식 먹으면서 땀 흘리는 오빠. ㅋㅋㅋ
#붉은광장
식사 후 건물 밖으로 나오니 바로 붉은 광장이다. 러시아에서는 붉은 광장이라는 우리식 해석보다 아름다운 광장이라고 한다는데. 아름답다는 말과 붉다는 말의 어원이 같아 오역된 사례라고 하는데 붉은 것을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러시아인들의 특성상 아주 틀린말은 또 아니라고한다.
붉은 광장에 나오긴 했는데 뭔가 굉장히 복잡하다. 올해가 모스크바 870주년이라고 9월부터 각종 행사가 이어진다는데 그 준비 때문인지, 2018 러시아 월드컵 프리 페스티벌 같은 느낌인지 (예선전 중계?) 무슨 어린이 교육 박람회인지 온갖 공간에 온갖 조형물을 설치해 놨다. 덕분에 전혀 광장처럼 보이지 않는. ㅠㅠ 우리나라 광화문 광장에 그렇게 뭘 설치하고 철거하던데 여기도 비슷한 느낌이라고 이해하려해도 아쉬운 마음. ㅠㅠ 광활한 러시아의 광장을 기대했다규.
# 성바실리 대성당
남쪽에 있은 성바실리 대성당으로 이동. 우리나라에선 테트리스 게임 메인 화면으로 익숙한 성당의 외관. 역시 이 앞은 공사중. >_<. 이놈의 러시아. 다 공사냐. 입장 티켓을 구입하고 조심스레 들어가본다. 적벽돌에 잔잔한 패턴의 문양들의 벽들. 오래 전에 지어진 성당이라 그런지 길이 꼬불꼬불 미로처럼 얽혀있다. 각종 성화들이 공간을 장식하고 한쪽에선 남자 사중창 성가가 한창. 우와, 하고 다가가니 이분들은 이 성당에서 성가를 부르고 CD를 판매하는 중. ㅋㅋ 외국인들 중에선 사는 사람도 꽤 있는 듯 하다. 나도 처음에 이르쿠츠크에서 성가 들었을때 마음이 울컥할 정도로 감동했던 일이 떠올랐는데 생각해보니 음악의 아름다움보다 경건한 공간에서 마음으로 기도하는 사람들의 모습에 압도된 상황에서 들려온 음악이 더 감동이었던 듯.
# 굼백화점
성당에서 나와 바로 앞에 있는 굼 백화점으로 걸었다. 백화점 앞에는 2층짜리 시티투어버스가 있고, 킹스맨 광고에 한창이다. 와, 한국에 있었으면 킹스맨 얘기에 정신이 없었겠구나 싶어서 웃음이 피식. 처음 필소 브랜드 론칭할때 킹스맨을 보고 팀 내에서 이 영화는 도대체!! 하면서 좋은 영화다, 우리영화다 아니다 말이 많았는데, 옛날 생각에 잠시 므흣해하다. 백화점으로 들어갔더니 어마어마한 공간이 늘어서 있다. 좌우로 길이 하나씩 나 있고 처음 중간 끝에 각각 상가가 늘어서 있는 형태. 1층에 큰 마켓도 있고 영화관도 있고, 각종 매장들. 우왕, 하면서 3층쯤을 바라보니 테라스에 의자가 옹기종기 모여있다. 오빠..하며 눈빛 발사하니, 오빠가 저기 가서 좀 앉을까? 한다. 넹. 좋아용.^^ 위에 올라가 앉아 아메리카노와 요거트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시키고 아래를 내려다 보는데, ㅋ 백화점 중앙 분수에 수박과 멜론?(으로 추정되는 노란 것)이 가득 담겨있다. 분수... 관상용이 아니라 이렇게 수박보관도 하는구나... 백화점 수박 페스티벌인듯. 중앙 분수를 중심으로 한쪽에서는 아이스크림, 한쪽에서는 과일컵, 맥주 등등 수박과 관련된 음식들을 늘어놓고 판매하고 오고가는 관광객들은 꽤나 사먹는다. 우리나라 백화점이라면 가오잡느라 분수에 수박담가놓고 이런 이벤트는 못할 것 같은데- ㅋ 자리를 털고 일어나 길게 늘어선 매장 사이를 오가며 구경. 역시 식품 매장이 제일 재미있다. 우리나라와 다른 식재료들, 다양한 빵, 치즈, 햄들이 신선코너를 자리잡은 대신 두부, 어묵 같은 재료는 보기 힘들다. 있는 동안 치즈와 햄은 마음껏 먹겠다, 다짐. ㅋ
# 볼쇼이극장 전 노점상 거리?
백화점에서 나와 살짝 피곤하긴 한데- 근처에 볼쇼이극장이 있다는 말에 거긴 들렀다 가야지! 하고 의지를 불태웠다. 블라디보스톡에 새로 생겼다는 마린스키에서도 모스크바 볼쇼이에서도 공연을 보겠다며 사이트를 뒤졌는데, 공교롭게도 우리가 방문하는 일정마다 공연이 없어서 러시아에서의 공연 관람은 아직까지 못한 상태. 그래도 극장은 봐야지, 하는 마음으로 걷기 시작하는데, 어라어라어라라? 공터에 지은 노점상 치고 예쁘고 짜임새있게 건물들을 늘어놨다? 구글맵에서 이 동네는 뭐지? 싶어서 검색하는데 이름이 딱히 나오질 않는걸 보니 원래 있었던 것들은 아니고, 모스크바870주년 기념으로 만든 플리마켓 형식의 디자인 노점상인듯? 연한군청색과 흰색이 가로세로 수놓인 지붕에 유리로 전면을 막고 중간에 상품을 구경할 공간은 창문 형식으로 열어놔 안에 있는 사람들은 따뜻하게 있을 수 있고, 우리같은 관광객들은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구경도 가능하고 지글지글 구워지는 소세지며 치킨에 맥주를 한잔 곁들일 수도 있다. 중앙에 있는 공연장에서는 무료 공연도. 가만히 서서 공연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자니 유리가면의 거리 공연이 생각났다. 그때 했던게 한여름 밤의 꿈이었지. 저 사람들도 자신의 꿈을 향해 이렇게 한걸음 한걸음 준비하고 있는거겠지.
# 볼쇼이극장
바로 맞은편에 있던 볼쇼이 극장은 안에 들어가서 슬쩍 구경하는걸로 만족했다. 공연은 없지만 티켓 부스는 운영하고 있어서 들어가서 눈으로 구경하는 정도는 가능. 근처에 다른 극장들도 많이 있어서 앞에 가서 포스터도 보고 우리나라 포스터랑 비교도 하고 왜 공연을 하지 않는게냐 하면서 한탄하고 돌아왔다. ㅎㅎ
# 모스크바 지하철
숙소에서 너무 멀리까지 걸어온 관계로 돌아가는 건 지하철을 타기로 했다. 모스크바 지하철에 대해 너무 많은 글을 검색했던지라 약간의 기대와 약간의 두려움을 가지고 입장. 티켓은 발권기에서 끊었는데 처음에 러시아어 대충 감으로 때려맞춰서 예매했다가 망하고 (2명으로 생각하고 발권하는데, 2회권이었다) 영어로 잘 선택한 다음 1회권으로 나머지 한장은 다시 예매. 파란색 라인을 찾아 들어가는데 에스컬레이터를 타는 순간 공포가 엄습. 너무너무너무 깊다, 이대 지하철역도 항상 무섭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모스크바는 비교가 안된다. 그리고 그 속도. 내가 캐리어 들고 이 에스컬레이터는 못탔다;;; 내 발을 올려놓고 짐도 끌고 들어와야 하는데 안돼 난. ㅠㅠ 못해. 넘나 무서워ㅠㅠ 오빠 등에 얼굴을 박고 달달거리면서 내려갔다가 올라왔다. ㅠㅠ 지하철은 소문대로 너무 아름답다. 역에 장식되어 있는 그림, 조각, 샹들리에들. 오빠는 감탄에 감탄을 거듭하며 사진을 찍어대지만, 지하철의 깊이와 속도에 정신줄을 놓은 난 빨리 지상으로 나가고 싶을 뿐. 오빠오빠~~ 나가자나가자~~ 외치다가 뛰쳐나왔다. ㅎㅎ
# 저녁은 kfc
뭘 먹을까 하다 숙소 바로 맞은편에 있는 kfc에서 치킨을 사다가 맥주와 함께 치맥을 즐기기로. 가서 적당한 메뉴를 주문하고 호스텔 식당에서 냠냠 먹는데, 스텝 언니가 다가와 알코홀? 이런다. ㅇㅇ 순진한 표정으로 끄덕이니 노노! 앗... 안되는거였구나... 몰랐어요 ㅠㅠ 그래도 치맥은 맛있었습니다.
모스크바에서의 관광 첫날, 신나게 시작~ 내일도 모레도 잘 지내보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