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이곳저곳/떠나다.

City Sight Seeing Tour_상트페테르부르크

갱양- 2017. 9. 16. 19:19

두번째날은 투어버스와 함께.
씨티사이트씽 투어_상트

집에서 뜨거운 홍차 한잔과 어제 사온 식빵, 치즈를 꺼내 아침을 간단히 먹고 도시락을 싼다. 도시락이라고 해봤자 똑같이 식빵에 치즈뿐. 오늘도 계속 돌아다닐 예정이라 가능한 음식을 먹을땐 마음에 드는 음식점에서 마음놓고 먹고 싶지만 그럴 수 없는 상황이 대부분이니 도시락이 가끔은 참 유용하다. 창 밖을 보니 비가 올락말락. 어쩌란건지;; 혹시 모르니 우산을 챙기고 경량점퍼도 둘둘말아 가방에 넣는다. 날이 언제 흐려지고 비가올지 모른다.

#성이삭성당
어제는 성당 내부만 봤으니 오늘은 윗쪽 전망대에 올라가 보기로 한다. 여행을 떠나며 생긴 오빠의 버릇같은 습관은 전망대나 좋은 풍경을 보면 무조건 파노라마를 찍는 것. 사진도 어찌나 잘 찍는지, 내가 풍경화 전문이라고 분야도 결정해 줬다. 그에 비해 인물 사진, 그러니까 내 사진은 넘나 못찍는것. ㅜㅜ 오빤 아무렇게나 찍어놓고 이쁘다고 난린데, 내눈엔 겁나 못찍은 것이었다.... 이 오빤 진짜 나를 너무 사랑하나봐. 알았으니까, 이쁘게 찍어주면 안될까? 다른 사람 눈에도 좀 이뻐 보이고 싶으다. 힝.
이곳은 신용카드 결제 시스템이 어느정도 정착되어 있는지 어제 성당입장이며, 오디오가이드며 모두 기계로 발권하고 카드로 결제. 오늘 전망대도 티켓발권기에서 신용카드로 결제한다. 계단을 올라 성당 위로 올라가니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전망이 탁 하고 눈에 들어온다. 다행인지, 높은 건물이 생각보다 없어 아기자기한 건물의 지붕들과 바다가 한눈에 보인다. 뒤를 돌면 유리 안에 보이는 성화들. 천장화 높이까지 올라와 같은 눈높이에 있는 성화들이 건물 안쪽 유리창을 통해 보인다. 이렇게 보니 또 새로운 느낌. 한바퀴를 휙 돌고 나와 다시 내려간다. 난 높은 곳은 무섭다. 특히 사람이 만든건 더더욱 신뢰하질 못한다. ㅎㅎ 산이나 언덕 벼랑 같은덴 그럭저럭 마음이 놓이는데, 사람이 만든 건물, 에스컬레이터 등은 무너지지 않을까, 멈추지 않을까 계속 상상하고 떨어지면 어딜 잡아야 하나, 고민하고 있다. 성이삭 성당은 그래도 통로가 넓은편이라 안쪽으로 붙어서 걸으면 걸을만 하다. 


# 시티 사이트 씽 투어 버스
어제 이 버스를 우연히 봤을때 태극기가 딱! 그려져 있어서, 오늘은 무조건 저 투어 버스를 탄다, 하고 거금을 지불. 버스를 탔다. 2층버스 위에 올라 유리창이 없는 뒷쪽에 앉았는데 시간이 좀 지나니 이렇게 추울 수가 없다. 가만히 앉아 경치만 내려다 보고 움직임이 전혀 없으니 바람이 내 몸을 휘감는 느낌. 그러면서 약 한시간? 한시간 반 정도 도시의 주요 장소들을 돌면서 곳곳을 설명해 주는 오디오 가이드를 유심히 듣는데... 아저씨가 타이밍을 못맞추는건지, 내가 제대로 된 장소를 못찾는건지 지금 설명해 주는 장소가 여기 맞니? 이러면서 계속 고개를 두리번 거리게 됨.
그래도 몇몇 눈에 익은 건물들은 있어서 해당 장소나 건물들에 대해 이야기 해주면 고개를 주억거리며 듣는다. 도시의 전반적인 모습과 지형을 그리는데 도움이 되는건 분명. 버스를 타고 우선 한바퀴를 돌고 다음번에 내리고 싶은 곳에서 내리자, 하였는데 내가 종점 전에 오빠에게 내리자! 하여 우선 내렸더니 에르미타주 미술관앞. 사실은 피의구원 성당이랑 여름정원 가고 싶어서 내리자 하였는데, 타이밍을 놓쳐서 다음 정류장까지 와버렸다. 걸어가지뭐, 하고 오빠랑 또 살랑살랑 걷기 시작한다. 버스 티켓을 사고도 길을 걷는 우리는 호구호구- 호갱호갱- 우리가 뭐 별 수 있나, 이렇게 또 운동하는거지 노래하며 걷는다. 신이 나게 걷는다.


#피의 구원 성당
사실 이 성당의 이름은 그리스도 부활 성당인데, 피의 구원 성당이라는 이름으로 더 많이 불리운다. 러시아의 황제 알렉산더2세가 길을 지나던 중 황제를 암살하려던 단체에 의해 폭탄을 맞고 겨울궁전에 실려가 치료를 받았으나 피를 너무 많이 흘려 죽고 말았고, 그 아들이 황제에 올라 아버지가 피살된 장소에 성당을 지으라 하여 지어진 성당이라고 한다.
아쉬운건 이 성당도 공사중. 대부분의 성당이 외관 보수공사중이다. 월드컵을 대비하는건지, 가는 곳마다 공사하고 보수하고 있으니 제대로 된 건물을 보기가 어렵다. 이 곳에 들어가니 마찬가지로 한국어 가이드가 똭! 한국어 오디오 가이드에 맛들린 우리들은 오늘도 빌렸다. 크지 않은거 같은데 무슨 설명을 해주려나, 하고 듣는데 왠일. 이 설명이 끝나질 않는다. 크지 않은 공간에서 주저리주저리 역사, 유래, 기원, 각종 에피소드들을 떠들어대는데 오디오 가이드에 눈을 반짝였던 우리들도 좀 지겨울 판. 이제 그만, 그만!!을 외치고 나중엔 거의 대충대충 듣다 나왔다. 넘치면 모자라는 것 만 못합니다. 


# 넵스키 거리
성당 뒤로 나오면 쭉 늘어선 노점들을 만날 수있다. 계란모양의 장식품도 팔고, 마트료시카도 팔고, 내가 시베리아 횡단열차에서 산 컵들도 팔고, 마그네틱, 열쇠고리, 종 다양한 기념품들이 늘어서 있다. 우리나라 관광지에도 이렇게 기념품을 늘어놓고 팔았던가, 잘 생각이 안난다. 그러고 보니 내가 관광지만 방문해서 그런지 몰라도 그렇게 도시마다 기념품을 많이 판매하고 서점에 들어가면 도시에 대한 책이 각종 언어로 진열되어 있던데, 난 한국에서 외국인을 대상으로 이렇게 대놓고 판매하는 모습들을 본 적이 많지 않은 것 같아서 우리나라가 소박한건지, 관광산업이 제대로 발전하지 않은건지, 상술이 없는건지 그럼 내가 한번 뭐든 만들어서 팔아봐?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었다. ㅎㅎ


# 카잔 성당
피의구원성당에서 넵스키 거리쪽으로 쭉 걸어나오면 보이는 반원형의 성당. 다른 성당에 비해 러시아 정교회 이콘이 많이 보이지 않아 처음엔 루터교나 다른 종교 성당인가 싶었는데, 들어가보니 이콘이 군데군데. 로마 양식으로 지어진 건물이라 양파모양의 지붕도 없고 상당히 이국적인 느낌이다. 다른 성당들과 달리 돈을 받지 않아 편하게 들어가서 구경하고 나오면 된다. 러시아의 성당에선 여자는 머리에 스카프등을 둘러야 하는데 (남자는 모자를 벗고) 난 가져간 얇은 목도리를 슬쩍 두르고 들어갔는데 중국인들은 옷에 달린 모자를 쓰기도 하고 정말 따뜻해보이는 목도리를 감기도 하고 ㅎㅎ 다양한 모습으로 애쓰고 배려하며 상대방의 문화를 존중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나와 종교적인 신념이 같지 않을지언정 다른 문화를 가진 사람들을 무시하거나 인정하지 않는 모습은 똑같이 나도 이해받을 수 없다는 이야기와 같을 수 있으니. 나와 내 종교를 이해받기 위해서는 상대방에 대한 인정 또한 중요하다는 걸 배운다.


#BB&B 버거
오늘의 점저는 카잔성당 바로 옆에 있는 햄버거 집에서 먹기로. 블랙과 화이트 타일과 우드가 미묘하게 어우러진 인테리어가 눈에 들어오는 햄버거집이다. 뭘 시켜야할지 몰라 오리지널 버거와 포테이토, 스프라이트, 커피를 시키고 앉는다. 케챱통과 겨자통, 핫소스가 보인다. 오빠는 눈을 다시 반짝이며 핫소스를 햄버거에 붓고 한입 먹는데, 켁켁- ㅋㅋㅋ 맵단다. 머라고?? 핫소스를 통째로 빨아먹던 오빠가 지금 맵다고 했니? 미국이 러시아에 핫소스 수출하면서 메길라고 더 맵게 만들었다며 ㅋㅋㅋㅋ 아놔 아저씨 ㅋㅋㅋㅋ 메기긴 뭘 메겨. 이주이상을 매운 음식과 담을 쌓고 지냈더니 요정도의 자극에도 화들짝 놀라게 되는구나. ㅎㅎ 도시락으로 준비한 샌드위치와 햄버거를 함께 냠냠- 맛있다.


# 다시, 시티투어버스 투어
이 근처는 대충 둘러본 것 같아 다시 투어버스에 타기로 하고 빨간객 표지판이 있는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렸다. 곧이어 도착하는 버스. 처음 탄 차보다 컨디션이 좋다. 차도 깔끔하고 음성 안내도 더 좋은 품질로 서비스. 그러나 딱 하나 안좋은 점이 음성안내 이어폰 꽂이가 벽에 붙어 있어 바깥쪽에 앉은 사람의 이어폰줄이 닿기 어렵다는 것. 물론 가만히 있으면 들을 수야 있지만 안쪽에 앉은 사람이 조금이라도 몸을 뒤척이거나 옷을 벗을라 치면 계속 벗겨지는 이어폰. 오전에 한번 들었기에 망정이지 처음 듣는 상황이었으면 상당히 짜증냈을 듯. 그래도 오빠가 가만히 있어준 덕분에 좀 더 편안해진 마음으로 다시 음성 설명을 들으며 도시를 바라본다. 해가 질 무렵의 상트는 차분하고 조용하다. 사람들의 움직임에 부산함이 없고, 큰 소리를 내거나 왁자지껄 무리지어 다니는 사람도 드물다. 차분한 도시의 모습에 나도 조금씩 마음이 진정되어 간다. 내가 지금 어디 있는지, 누구와 함께 있는지, 내 옆에 있는 사람의 모습을 한 번 더 바라본다. 사랑스럽구나. ㅋ

# 성이상성당 주변 산책
종점인 성이삭성당까지 돌아왔다. 왠지 바로 숙소로 들어가기가 아쉬워 주변을 좀 더 걸어볼까? 하고 슬슬 걷기 시작한다. 성당 뒷쪽은 작은 공원과 바다가 연결되어 있어 산책코스로는 그만이다. 몸에 피로가 슬슬 쌓이는 시간이었지만 깨끗한 공기와 기분좋은 바람이 기운을 북돋아 준다. 공원을 걷고 바다쪽으로 가니 유람선 선착장이 보인다. 성당 앞에 그렇게 호객꾼이 많더니, 모두 이쪽에서 유람선을 태우려는 사람들이었구나, 싶다. 천천히 숙소쪽으로 방향을 틀어 걸어간다. 아침저녁으로 성이삭성당을 보고 있으니, 우리는 이걸보러 여길 왔구나, 싶은 생각이... ㅋㅋ

숙소에 들어와 저녁을 먹을까? 도 생각했는데, 배가 그닥 고프지 않다. 여행을 떠난뒤로 하루에 두끼만 먹어도 충분한듯. 전엔 왜 그렇게 무리하게 하루 세끼씩 꼬박꼬박, 생각이 없어도 그렇게 밥을 밀어 넣었는지 모르겠다. 그땐 그렇게 커피도 많이 마시고, 밥도 많이 먹고, 간식도 잘 챙겨먹었는데 이곳에서는 이것도 저것도 먹을 생각이 들지 않는다. 길을 걸을때마다 새로운 음식이며 까페며 달콤한 디저트 냄새가 풍겨오지만 예전처럼 우와, 먹고 싶다, 먹자, 하며 달려들지 않는다. 음식을 탐하지 않는 내가 기특하다. 난 사실 푸드파이터인데 말이죠. (남편과 더불어 둘째가라면 서러워할만함)

내일은 뻬쩨르고프와 마린스키 발레를 보러 가는 날이다. 오늘은 우선 푹 쉬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