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 알토 하우스&알라스 씨 풀!!_헬싱키
아- 이건 두번째 쓰는 글이다. 헬싱키에 대해선 정말 느낌도 좋고 할말이 많아 메모장에 주저리 주저리 긴 글을 썼는데, 마무리 즈음에 키를 잘 못 눌러 모두 날려먹었다. 망망- 미쳤나. 계속 이건 현실이 아닐거라 부정하며 멘붕인채로 침대에 누웠다가 다시 일어나 확인하는데, 내가 쓴 글은 여전히 없다. 그 사실을 받아들이기까지 3일쯤 걸렸나, ㅠㅠ 마음을 진정시키고 다시 쓴다. 헬싱키. 내가 사랑한 도시.
아침부터 눈이 반짝 떠져 일찍 일어나 키보드와 휴대폰을 챙겨들고 나왔다. 오빤 아직 꿈나라를 여행하는 중. 오빠가 늦잠자는 날은 내가 밀린 블로그 글을 쓰는 날이다. 거실로 나오니 이미 아침을 먹으러 나온 사람들이 많다. 고소한 빵굽는 냄새에 약간 식욕이 동하긴 하지만, 오빠가 나오면 같이 먹는걸로 하고 난 우선 마리메꼬 머그컵에 커피를 한잔. 호스텔에서 마리메꼬를 쓸 수 있다니, 가지고 싶은 생각은 없었는데 그래도 한번 써보고는 싶었다. 써봐서 다행이다. ㅋㅋ 커피를 한모금 크게 마시고 타닥타닥 글을 써 내려간다. 얼마나 지났을까. 카톡- 에 오빠의 문자. 오디양? 어디긴 어디야, 거실에서 글써. 나와. 빵먹자. 하고 오빠를 불러내니 오빠가 졸음 가득한 얼굴로 나와 오늘 아침 먹으러 가려고 정해둔 데가 있는데- 한다. 그래? 그럼 거기 가자. 근데 내가 지금 배가 조금 고프니까 우선 난 빵을 좀 먹을게. 오빤 그 사이에 준비하고 나와. ㅇㅋ 오빠가 씻으러 간 사이 식빵 두쪽을 바싹 굽고 그 위에 버터와 잼을 듬뿍 바른다. 오렌지 쥬스도 한컵. 맛있다. 행복하다- 기분이 좋아져 몸을 흔들흔들 하고 있는데 오빠가 나와 준비 다했어! 한다. 좋앙. 가자. 나도 들어가 후다닥 옷을 갈아입고 짐을 챙겨 나온다. 기분 좋은 하루가 시작한다.
# la soupe
오빠가 미리 찾아놓은 음식점은 라 수프라는 수프 전문점이다. 글루텐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표시해둔 이 가게는 건강한 음식을 준비하고 판매하는 가게인듯. 언제나 나에게 따뜻한 음식을 먹이고 싶어하는 오빠가 나를 위해 찾아둔 좋은 음식점인 것 같다.
뭘 먹을까 하다 가게의 모든 메뉴가 들어있는 콤보 메뉴를 선택했다. 수프 하나, 빵, 본 브로스(뼈국물), 크렘블이 있는 메뉴. 커피한잔을 추가하고 수프는 야채와 토마토 중 토마토를 선택. 진한 맛이 딱 우리 입맛에 맞는다. 본브로스는 육수 먹는 느낌이라 많이 못먹었다. 빵에 수프를 찍어 먹는것도 꿀맛. 수프를 잔뜩 머금은 빵이 입에서 살살 녹는다.
사실 난 이미 빵 두쪽은 먹은 상황이라 그렇게 배가 고프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오늘 음식 처음 먹는 사람인 것 마냥 숲을 꿀떡꿀떡. 입에선 맛있다, 맛있다를 연발. 건강하고 소박한 식단을 원하는 분들에게 추천. (가격은 13유로 정도?)
맛있게 먹고 나가려는데, 일하는 언니가 우리에게 괜찮아? 맛있었어? 하고 물어왔다. 엄지척-을 해주고 응, 정말 맛있었어!! 방긋 웃으며 대답했다. 언니도 크게 웃으며 고맙다고- ㅋ 가게를 운영하고 음식을 만드는 사람 입장에서 자신이 내놓은 음식이 손님들 입에 맞는지, 불편한건 없는지 항상 살피게 되고 혹시 실수한건 없을까 불안해하면서도 맛있다는 한마디에 저렇게 미소를 보여주는건 안도와 감사의 마음이겠지.
가게를 나와 거리를 걷는다. 공기에 습기가 적당히 있어 피부에 닿는 느낌이 차다. 기분이 좋다. 목적지를 정하지 않고 걷는데 계속 스시집에 눈에 밟힌다. 바닷가 인근의 도시라 그런지, 꽤 자주 보이는 스시뷔페. 먹자!! 가격이 그렇게 저렴해 보이지는 않지만, 그래도 못먹을 가격은 아니다, 한국에서 우리가 보여준 스시파이터의 모습을 핀란드에서 재연!! 저녁에 먹을까, 내일 점심에 먹을까, 배부른데 빨리 배고팠으면 좋겠다. 재잘재잘 떠들며 걷는다.
# 레가타 커피숍, 시빌리우스 조각/동상
오늘 오후엔 알바알토 하우스에 갈 예정이니 오전엔 시빌리우스 조각상이 있는 공원에 들르기로. 길을 검색하고 걸었다. 미술관과 콘서트홀을 지나, 성당을 지나 걷는다. 우리 여행은 도시에서의 이동은 무조건 도보인듯. 버스나 트램은 정말 걸을 수 없는 곳에 방문할때나 이용하지 20분이든 30분이든 걸을 수 있는 거리라면 무조건 걷는 듯.
건물들을 지나니 초록의 공원이 보인다. 여기인가? 하고 오빠를 쳐다보니, 아니란다. 다시 건물이 나오고 공원이 나온다. 초록이 이렇게 많은 도시에 사는 사람들이라 그런가, 사람들의 표정이 한결같이 차분하다. 그게 아니라 겨울이 긴 도시에 살아서 그런가..? ;; 핀란드에 오면서 책을 한권 사서 읽고 있는데, 핀란드는 유난이 겨울이 길고 추워 우울증에 걸린 사람도 많고 자살율도 꽤 높다고 한다. 겨울이 되기 전 지인들의 정신건강이나 상태를 물으며 그들이 우울해 하지 않도록, 더 많이 배려한다는 이야기를 읽었는데. 긴 겨울을 맞이하는 사람들의 차분한 모습일까, 생각하니 갑자기 더 추워지는 것 같기도.
걷다 오른쪽을 휙 하고 보니 빨간색 집이 보인다. 앗, 저곳은!! 핀란드를 방문한 사람들의 블로그에서 많이 본 레가타 커피숍!! 시나몬빵과 커피가 맛있다던 곳이다. 평소 사람들이 너무 많아 줄을 서서 대기한다고 하던데, 한적한 모습. 잠깐 들러 쉬었다 가자고 하니 오빤 또먹어?? 이런다. ㅎㅎ 응. 또 먹어. 우리 오늘 디저트는 안먹었잖아. ㅎㅎㅎ
가게에 들어가 시나몬빵 하나와 핫초코를 주문. 커피는 오전에 두잔이나 마셔서 속이 쓰리니 핫초코로 합의했다. 가게는 좁고 따뜻했다. 문짝에 다리를 붙여 테이블을 만들고 주인장의 하이힐은 천장에 붙어있다. 도저히 어울리지 않을 소품들이 천장과 벽에 장식되어 있어 뜨악하다가도 가만히 두고 보니 이 공간과 꽤 잘 어울리는 소품들인것 같기도. 그냥 공간에 납득이 되는 분위기. 시나몬빵은 계피향이 매우 진하고 알갱이가 서걱거리지만 달콤했고, 핫초코는 옅고 부드러웠다. 따뜻한 기운을 받고 맛있게 먹고 갑니다.
조금 더 걸으니 맞은편에 시벨리우스 조각상이 보인다. 우와, 가깝네- 한참 걸어가야할 줄 알았더니.;; 핀란드를 대표하는 작곡가 시벨리우스를 기념하기 위해 만든 이 조형물은 음표인듯 음계인듯 각자 다른 둥근 원형의 통이 서로 다른 모습으로 길쭉히 뭉쳐있다. 그리고 바로 옆에 얼굴만 동동 떠있는 시벨리우스 조각상. 이렇게 생긴 아저씨구나. 음악을 한번 들어봤다면 아저씨 얼굴을 더 기억하기 쉬웠을텐데- 제가 준비없이 왔습니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꼭 들어볼게요!
# 알바 알토 하우스
공원에서 나와 트램을 타러 갔다. 공원에서 알바 알토 하우스까지 걸어서 40분. 트램을 타면 10분이면 금새 도착. 길다란 연필처럼 생긴 트램에 올라 4-5정거장쯤 가니 내려야 한다고... 아 핀란드 와서 처음 타는 트램인데, 아쉽다- 아쉬워하며 내려 알바 알토 하우스로 이동.
알바 알토는 핀란드의 디자이너. 등받이가 없는 원형 스툴이 우리나라에서도 가장 많이 알려져 있는 가구이고, 그 밖에 가구, 인테리어, 그림, 조명, 그릇 등 정말 모든 분야에서 자신의 작품을 내놓았다. 하나같이 유명하고 비싼건 안비밀. 한명의 예술가가 정말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지금까지 인정받는 작품을 남길 수 있다니. 1900년대 초중반에 만들어진 다양한 작품들이 지금까지 사람들에게 회자되고 판매되는 모습이 예술과 디자인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뜨려줬다. 디자인은 항상 민감하고 시대와 유행에 즉각적으로 반영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좋은 디자인은 100년이 지나도 사람들에게 사랑받는다.
알토 하우스는 1시부터 4시까지 매 정각에 가이드 투어로 진행된다. (겨울은 운영시간이 더 짧은 듯) 우리는 2시 타임에 맞춰 갔는데 사람들이 집 앞에 하나 둘 모여들더니 20여명되는 사람이 모였다. 신발 위에 파란색 비닐캡을 씌우고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 공간별 가이드의 설명을 약 30분간. 작업실, 거실, 식사공간, 2층 가족공간 각 공간에 대한 설명과 함께 알바알토의 이야기를 곁들인 투어. 첫번째 부인과 사별하여 슬퍼했으나 곧 재혼하여 두번째 부인과 행복하게 살았다는 어쩌고 저쩌고.. 그런 얘기들. 일본 친구의 영향으로 공간은 일본 스타일의 소재들이 사용되었고 (대나무 등) 자신이 만든 조명, 그릇 등이 전시되어 있다. 내가 가장 맘에 든 공간은 작업 테이블. 집 모서리 쪽에 테이블이 놓여있는데 정면과 측면이 유리. 운동장에서 공을 차는 아이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런 테이블에서 글을 쓰고 일을 하면 정말 시키지 않아도 열심히 할텐데, 라는 쓸데없는 생각이 절로. 그리고 하늘을 볼 수 있게 뚫린 천장 구멍. 빛이 구멍을 통해 바로 집 안으로 쏟아진다. 창이 워낙 많아 볕을 많이 받을 수 있게끔 설계된 집이긴 하나 이렇게 천장에 구멍을 내면서 조명 대신 빛을 활용했다니- 화장실 조명 대신 햇빛, 달빛으로 세수를 하는 기분은 어떨까.
공간을 둘러보고 나와 기념품 샵에서 살만한 것들이 있나 둘러본다. 한국으로 바로 가면 컵이든 뭐든 잔뜩 사겠지만 우리는 짐을 많이 가지고 다닐 수 없는 사람들이니 마그네틱이나 뱃지는 없나-하며 둘러보는데 오빠 눈에 들어온 스케일자. 그가 사용하던 모델인가? 여튼 기념품 당첨. 오빠는 그 스케일자로 나한테 이런 집을 만들어주겠다 약속. 약속 꼭 지키라고 제가 블로그에 이렇게 기록을 남깁니다. 약속!
# 마켓광장, 멸치튀김
트램을 타고 다시 중심가로 이동. 마켓 광장 앞에서 내렸다. 천막이 늘어서 있는 걸 보니 아직 몇몇 가게는 영업을 하는구나 싶어서 가본다. 기념품을 판매하는 작은 가게들도 있고 과일이나 야채를 판매하는 가게는 영업을 접는 중. 5시가 다 되어가는 시간이라 정리하시는 구나 싶어 슬쩍 둘러보는데 보이는 멸치튀김가게. ㅋㅋ 왕 멸치튀김과 오징어링같은 튀김, 연어구이, 감자 등이 풍성하게 쌓여있다. 우와- 멸치... 우리는 칼슘이 부족해. 먹자, 하고 오빠에게 눈짓을 보냈다. 오빤 스시? 스시 안먹어? 하는데 난 먹을꺼야, 하지만 이것도 먹을꺼야 하고 다시 눈짓. 오빤 고개를 갸우뚱하더니 돈을 지불한다. 내가 고른건 멸치튀김과 오징어링이 있는 믹스박스.
자리에 앉으니 비둘기와 참새와 갈매기가 주변으로 날아든다. 이미 다른 테이블도 그들이 점령. 저리 가라~ 훠이훠이 손으로 그들을 밀어내며 한입 앙- 퍽..퍽퍽해. ㅠㅠ 멸치가 너무 크고 짜다. ㅠㅠ 목이 메인다. ㅜㅜ 맥주와 함께 먹으면 딱, 일 안주거리들로 정의할 수 있는 음식들. 하지만 맥주를 먹기엔 배가 부를터이니... 안돼, 참고 칼슘섭취한다 생각하고 먹는다. 정신승리.
남은 음식들은 갈매기 줘- 하고 오빠한테 넘기니 오빠가 항구쪽으로 이동. 갈매기의 제왕이라도 된듯, 갈매기에 둘러싸여 음식을 던진다. 참새 비둘기는 근처에 가지도 못하고 바라만 보고 갈매기 중에서도 몸집이 크고 목청이 큰 놈이 계속 꽥꽥- 소리를 지르며 내놓아라, 내놓아라 한다. 시끄러워 한마리 주고 다른 놈에게 줄라 치면 내놓아라, 내놓아라, 내놓지 않으면 구워먹으리- 하고 있네. (Feat. 구이가. 와.. 국어 전공)
# 알라스 씨 풀
우선 집으로 돌아왔다. 아침부터 부지런히 돌아다녀서 그런지 몸이 피곤하고 자꾸 침대로 몸이 들어간다. 푹신하다, 침대가. ㅠㅠ 하지만 핀란드에 와서 수영과 사우나를 하겠다는 나의 다짐이 있었기에 피곤해도 무조건 간다, 하는 심정으로 울면서 어디로 갈까 검색. 후보는 크게 세군데다.
하나는 숙소 근처에 있는 수영장(사우나 있음)
- Yrjönkatu Swimming Hall, Yrjönkatu 21b, 00120 Helsinki, 핀란드
숙소 바로 뒷건물. 걸어서 5분도 안되는 거리. 수영도 할 수 있고 사우나도 할 수 있어 매우 매력적.
두번짼 봉봉이 추천해준 사우나
- Kulttuurisauna, Hakaniemenranta 17, 00530 Helsinki, 핀란드
인스타에서 봉봉이 추천해준 바닷가 근처 사우나. 그런데 검색해보니 운영시간이 오후 4시부터 8시까지로 짧다. 이미 6시가 넘었는데 ㅜㅜ
세번짼 오며가며 본 알라스 씨 풀
- Allas Sea Pool, Katajanokanlaituri 2a, 00160 Helsinki, 핀란드
가장 멀다. 하지만 우리가 이미 눈으로 확인한만큼 수영장과 주변 환경은 환상적.
봉봉의 추천은 시간이 너무 늦어 물건너갔고, 1순위 집 뒤 수영장 2순위 알라스로 내정한뒤 난 주섬주섬 수영복을 챙기기 시작. 그런데 계속 검색하던 오빠가 으음? 하면서 내게.. 거기 알몸으로 수영한다는데...? 가능하대.. 으음? 리얼리? 웃긴다. ㅋㅋㅋ 나 그럼 남자 알몸 볼 수 있나? ㅋㅋㅋ 하는데 다시 오빠가 거기.. 남자 여자 들어갈 수 있는 요일이 정해져 있다는데? 에엥? 모라고오오오오? 거짓말!!! ㅜㅜ 사실인지 확인해 보러 가자, 하고 후다닥 뛰어나가 수영장 앞으로 가니 정말이다. 오늘은 남자만 입장할 수 있는 날. 남자들이 우르르 수영장을 나온다. ㅜㅜ
어.. 어쩔 수 없이 걸어걸어 알라스까지 간다. 몸이 부들부들 떨리고 다리가 풀릴듯 피곤해 죽겠는데 난 왜 거기까지 걸어가고 있는가. 정신줄을 붙잡고 겨우 그 앞까지 도착. 막상 들어가려고 하니 떨리는 마음은 뭐니, 안들어가도 괜찮을거 같은 마음은 뭔데? ㅋㅋ 걸어온게 아까워서 들어간다, 하고 입장료를 지불하고 입장. 손목에 팔찌를 하나 채워주는데 고것이 열쇠이다. 사물함 키가 정해져 있는게 아니라 고걸로 어떤 사물함에 가져다 대든 그것이 나의 사물함이 되는 방식. 신박하다.
꾸깃꾸깃 몸을 수영복에 밀어넣고 밖으로 나서니, 그렇게 바람이 시원할 수 없다. 으아아악, 추워어어어- 하면서 달려가니 오빠가 기다리는 중. ㅋㅋ 오빠, 들어가자!! 하고 수영장 안으로 쏙 들어가니 따뜻하다. 온수풀이었어, 너무 좋아. ㅠㅠ 그런데 푸아푸아- 수심이 160 내 키를 넘진 않지만 내가 두 발을 딛고 서있을 수 없다는 말. 서면 이마 끝부터 정수리까지 보이겠지. 점프점프를 해가며 데롱데롱 매달려 있다가 슬쩍 평형으로 앞으로 나아간다. 레일이 있는 수영장은 몇개 되지 않고 내가 있는 쪽은 레일 3-4개를 치워 큰 수영탕으로 만들어놨다.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고 이리 저리 수영을 하며 두세바퀴를 도니 몸이 따뜻하게 데워지며 피로가 풀린다. 피곤한 와중에 더 피곤해지는건 아닐까 걱정했는데, 오히려 피로가 가시는 느낌. 오랜만에 느끼는 따뜻한 물과 시원한 바람, 지는 해가 어우러져 우리에게 완벽한 힐링을 선사. 너무 좋아서 내일 또 오자, 내일 또 오자 했을정도. 얼굴이 죽어가던 오빠도 점점 살아난다. 오랜만에 따뜻한 물에서 어깨를 푸는 듯. 기분 좋게 한시간 정도를 수영하고 나왔다. 사실 더 하고 싶었는데 오빠가 스시집 문닫는다고 해서 ㅜㅜ ) 이제는 사우나로! 핀란드 사우나는 원래 옷을 입지 않은채로 들어가 작은 수건을 엉덩이에 깔고 앉아 쉬며 뜨거운 돌에 물을 뿌려 데워진 증기로 온도를 덥히는 방식인데, 남녀혼용사우나는 사람들이 수영복을 입고 이용. 수건도 안깔고 수영복 입고 앉아있다. ㅎㅎ 물론 문 앞에는 다 하라고 써있지...만 아무도 안하는데 나만 벗고 들어가 깔고 앉기 유난스러워 스리슬쩍 나도 올라가 앉았다. 잠시 후 외쿡인 아저씨가 물 한바가지를 돌에 쭈악-하고 뿌리는데 후욱 덥혀진 공기. 바로 옆에 있던 여자아이는 뛰쳐나가고 ㅎㅎ 난 그 증기를 잠시 즐기다 한번 더 쭈악- 하고 뿌리니, 아이고 못참겠다, 하고 나왔다. ㅎㅎ 사우나를 하고 바깥으로 나왔는데 춥지 않다. 몸이 완전히 덥혀진듯, 오히려 불어오는 바람이 시원하게 느껴진다. 오빠와 샤워후 만나기로 하고 들어가 샤워뿜뿜. 옷을 입고 나와 오빠랑 안아안아. 입에 침이 마르도록 오늘의 수영을 칭찬. 정말, 시간만 있으면 내일 다시 오고 싶다. 진심. ㅡㅜ
# 스시뷔페, 킨스시
가벼운 발걸음으로 팔랑팔랑 날아 스시집 앞으로- 집 근처에 여러 스시뷔페 중 구글 평이 나쁘지 않고 가격도 너무 저렴하지 않은 곳으로 선택했다. 너무 저렴한데는 먹을게 없을까봐...ㅋㅋ
뷔페를 이용하기로 하고 맥주를 두 잔 주문. 그런데 안내해 주는 아저씨가 동양인인데 태도와 말투가 수상. 일본인은 아닌데 하고 유심히 지켜보니 중국인. 우와, 난 스시집 일본 사람만 하는 줄 알았더니 중국사람도 스시집을 하는구나.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스시 외 음식들 중에 고기 볶음 같은 중국식 볶음요리도 꽤 있었다. 진한 중국맛. 오빠는 맛있다고 했음.
나는 연어 중심으로 공략. 연어 사시미, 연어 초밥, 연어마끼 등. 오빠는 다양하게 먹는다. 계란도 먹고 유부도 먹고 ㅋㅋ 세접시쯤 가득 담아 비우니 배가 터질듯. 정말 여행와서 이렇게 많이 먹은건 처음이다. 맥주 외 음료수도 안마시고 다른 음식도 하나도 안먹고 난 오직 스시와 사시미. 주방에서 음식 채우면서 좀 짜증났겠지만, 다른 음식이 안땡겨. ㅎㅎ 연어 너무 좋아, 밥도 너무 좋아.하루종일 걷고 수영하고 하면서 몸을 마음껏 움직이고 먹은 음식이라 그런지 더 맛있게 느껴진듯.
긴 하루였지만, 정말 한틈도 버릴 순간없이 완벽한 하루였다. 내일 헬싱키를 떠난다는게 믿기지 않는구나. 내일 스케줄을 요리조리 조정하면 수영할 시간이 나오려나. 머리를 굴려봐야지. 헤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