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야라인_훼리타고 에스토니아/탈린으로!
타입: 크루즈 훼리
기간 : 2017/9/13 (2시간 소요)
예약 사이트 : https://www.tallinksilja.com/book-a-cruise
이번 여행은 정말 배, 기차, 버스 많이 탄다. 다양하게도 탄다.
헬싱키 중앙역에서 트램을 타고 항구로 이동. 우리는 4시에 출발해서 2시간 정도 이동해 6시에 탈린에 도착하는 크루즈훼리 티켓으로 예약했다. 항구 터미널은 제1 터미널과 제2 터미널이 있는데, 타고 가는 도중 사람들이 제1 터미널에서 우르르 내린다. 어찌어찌 정신없는 우리들도 따라 내려버렸다. 우리는 제2 터미널인데!!!! 그래도 혹시 몰라 터미널쪽으로 걸어가니 들어가는 입구에 똭 써있다. 탈린가는 배는 제2 터미널로 가세요- 700m 오른쪽으로 직진. 하하. 아직 출발까진 40분 넘게 남았다. 걷자, 걷자. (사실 난 좀 짜증을 냈을지도 ㅠㅠ)
터미널에 도착해 여권과 예약 인보이스를 티켓부스 직원에게 보여주니 우리나라 기차표처럼 생긴 네모난 종이 티켓 두장을 건넨다. 요게 페리 입장권이로군요, 하고 게이트에 인식시켜 통과. 두다다다 뛰다시피 하여 배에 오른다. 힘들어. ㅡㅜ 난 무조건 아이스 아메리카노 마실거야, 징징대니 오빠는 알았다고 사주겠다고 나를 달랜다. 착하고 선한 우리 오빠. =)
우리는 2시간만 가면 되는터라 가장 낮은 등급의 스탠다드 객실을 예매했는데, 뭐- 요건 따로 자리 없이 널찍한 쇼파 테이블 중 마음에 드는 자리로 가서 앉으면 그만. 빈 좌석이 있어 그곳에 짐을 풀고 오빠가 와이어를 꺼내 가방과 가방을 묶고 자물쇠로 채우고 한숨 돌린다. 걷느라, 뛰느라, 짐 묶느라 고생하고 수고했어요. 나는 이미 진이 다 빠진 상황이라 넋을 놓고 있는데, 오빠가 어슬렁어슬렁 거리며 구경하다 빨리 오라며 어마어마하다며 나를 부른다. 그..그래, 아이스 아메리카노도 먹어야 하니까 간다. 하고 크루즈 구경.
정면에 있는 바에서 커피와 술, 간단한 음식을 팔고, 바로 옆에 기념품 샵에서 이것저것 작은 소품들을 판매. 안쪽으로 쭉 들어가면 본격적인 면세점이다. 화장품, 향수, 가방 없는게 없다. 돌아 반대편으로 가면 마트에 술이 좌르륵. 안줏거리도 살 수 있고 저쪽으로 버거킹도 보인다. 대다나다... 없는게 없구나... 하고 난 피곤해 그만볼래, 하고 자리에 와서 기절. 아이스 아메리카노 마셔야 하니까 카드를 받아 바로 가 메뉴를 훑는다. 그 와중 눈에 딱 들어오는 라임콜드브루. 라..라임? 예, 그럼 제가 그걸 한번 마셔보겠습니다. 하고 주문. 어떻게 만드나 싶어서 쳐다보는데 라임 하나를 가져와 반으로 쪼개 착즙기로 즙을 쫙 짜서 컵에 넣는다. 두쪽다. 그 위로 원액을 넣고 물을 넣고 라임 한쪽을 꺼내 위에 띄워 빨대를 꽂아준다. 라임 하나가 다 들어가네......? 난 적당히 넣을 줄 알았지, 저렇게 즙을 다 짜내넣을 줄 알았나.;;;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들고 와 여차하면 오빠 먹으라 해야지하고 한모금을 마신다. 오묘하게 시고 쓰다. 매...매력있다. ㅋㅋ 결국 두고두고 원샷.
난 배를 탄 두시간동안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내고, 오빤 내가 따라가진 못하겠다고 뻗어버린 페리 탐험. 배 위에도 올라갔다가 아랫층에도 내려갔다가 와서 사진을 잔뜩 찍어와 나한테 하나하나 설명하고 보여준다. 안돌아다녀도 다 본듯. ㅋㅋ 감사합니당. 신나게 얘기하던 중 왼쪽 창문에 이상한 기운이 느껴져 쳐다보니 무지개가 떴다. 완전 가깝다. 무지개가 시작하는 곳에 보물이 뭍혀있다던데, 지금 여기서 뛰쳐나가면 무지개 시작하는 곳까지 금방일지도- 하지만 나도 금방 죽겠지. ㅎㅎ;; 사진을 엄청 찍었다. 이렇게 무지개를 가깝게 보긴 처음이니까.
배는 얼마 지나지 않아 탈린에 도착. 내려서 여권검사라도 할 줄 알았는데, 노룩패스. 관심도 없다. 그러다 우리 뒤에 있던 수염이 검고 머리가 검은 아랍사람처럼 보이는 사람이 나타나자 급 관심을 보이며 가방 좀 보자 한다. 대놓고 범죄자 취급이냐.;; 아랍인으로 살기 너무 힘들겠다. 하고 내가 한숨을 쉬니 테러가 주로 그쪽나라에서 발생하니까 어느정도는 감내하고 있는거 아닐까, 대답하는 오빠. 우리가 남쪽이었으니 망정이지 북쪽이었으면 우리도 장난아니었겠다 자조섞인 한마디. 북쪽이었다면 요렇게 여행도 못갔겠지- 에잉. 씁쓸한 현실.
항구에서 걸어나와 버스를 타고 숙소로 이동한다. 가는 도중에 비가 내려 홀딱 젖었다. 숙소는 아파트호텔. 처음보는 타입인데, 호텔급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아파트다. 좋고만- 짐을 정리하고 나와 근처 마트로 이동. 물이며 고기며 양배추 등을 잔뜩 사서 인덕션으로 지글지글. 오랜만에 맡는 삼겹살 냄새. 맥주 한잔과 고기 한점으로 오늘도 행복하게 잠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