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기록./보다
혜화, 동
갱양-
2011. 2. 22. 14:02
@CGV압구정 w.KM
만추 아니면 혜화,동 보고싶어.
만추는 혼자 보고 현빈을 온 몸으로 느낄테다.
혜화, 동으로 하자. 해서 보게 된 영화.
날씨는 따뜻하고 바람은 기분 좋고
선택한 식사며 영화며 차 모두 만족스러웠던 날.
중간에 배 아파서 끙끙거린거 빼면.
아프다고 말할 수 있는 편한 친구라 좋았다.
민용근 감독, 유다인(혜화 역),유연석(한수 역) 주연
아직 어리다는 이유로 어른들의 선택에 휘둘리는 스물 셋의 이야기.
혜화는 동물병원에서 일한다. 버릴, 혹은 버려진 개들을 데려와 입양시키기거나 스스로 입양하기도 한다. 개집에서 나오기 싫어하는 개를 꼬드기려고 눈 앞에서 참치캔을 따서 얌얌 먹어버리기도 하고 사별한 수의사 선생님의 아들에게는 엄마인냥 품에 안아주기도 한다. 주인을 잃은 개들을 집 안과 밖에 키우며 사랑을 나누던 그녀에게 5년전 잊은줄 알았던 남자친구, 한수가 나타난다.
대상을 잃어버린 모성애
혜화는 사랑이 많은 여자다. 그 사랑을 한수와의 아이에 주고 싶었고, 잘 키울 자신도 있었다. 그런데 아이가 태어나자마자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그녀의 모성은 버려진 강아지들에게로 같이 일하는 병원 선생님 아들에게로 옮겨간다. 그들에게 사랑을 주고 끊임없는 관심을 베풀지만 대상은 동물이거나 내 것, 내 자식이 될 수 없는 아이일 뿐. 병원 선생님이 그의 친구와 결혼하겠다는 이야기를 하자 혜화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에게 말한다.
"왜 전 아닌데요?"
선생님을 사랑해서라기보다 여태까지 그녀가 애정을 주었던 존재를 다른 여자에게 빼앗긴다는 생각이 더 컸으리라.
부모와 자식, 어떤 선택도 서로를 위함이었음을
혜화는 남편이 밖에서 얻어온 자식이다. 이미 커버린 아들만 셋이었던 여자에게 맡겨진 늦둥이 피붙이는 여자에게 원망스럽기도 하고 짐스럽기도 한 존재였을 터. 학교에 다녀야할 딸년이 임신을 알리고 엄마 품으로 기어들어올 때 여자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
한수의 엄마는 집에 찾아온 혜화와 혜화의 엄마에게 거짓말을 한다. 한수는 캐나다에 갔고 한번도 혜화와 아이의 존재에 대해서 이야기 한 적이 없노라며, 아이를 낳는건 그쪽 마음이지만 제발 우리 한수만은 포기해 달라고. 아직 고등학교도 졸업하지 않는 아들자식이 여자친구에게 임신까지 시켰다고 하는데 어느 부모가 가만히 있을까. 옳은 선택은 아닐지언정 그녀에게는 최선의 선택이었을 터.
혜화의 엄마와 한수의 엄마는 그녀들의 손자가 태어나는 순간 입양동의서에 도장을 찍는다. 그리고 오년뒤, 혜화와 한수는 그들의 아이 얼굴이라도 보겠다며 유치원 앞을 서성이다 아이를 납치..한다. 밥을 먹고 잠을 자고 얼굴을 씻기며 한수는 한나절 가족이 된 것인냥 웃는다. 바보 한수. 찌질 탱구리 한수. 그래도 불쌍한, 가엾은 한수.
그리고 혜화의 선택.
혜화가 선생님한테 말한다.
"참, 부러워요. 예전 친구들이랑 같이 밴드도 하고 전 여자친구랑 연애도 하고."
과거로 돌아갈 용기가 없었던 예전의 그녀는
지금, 뒤를 돌아 한수를 바라보고 그에게 돌아간다.
분명 전보다 달라진 모습일게다.
영화를 보는 내내 가슴이 묵직했다. 배우들의 연기도 훌륭했지만 사람들 사이의 관계에 대해 이렇게 밀도있고 촘촘하게 그려냈다는 사실이 놀랍기도 하고. 스크린에서 본 길해연 배우님과 박성연 배우님도 반가웠다. (그런데 그렇게 카메라 가까이서 괜..괜춘하시겠어요?) 그리고 혁권 더 그레이트. ㅎㅎ 보기만해도 웃음이나는 분. ㅋㅋ
추천해주고 싶은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