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이불킥을 주는 사람들아. 잘가라.
상대와 나의 관계에 있어 나보다 항상 우위를 차지하고 자신의 말로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사람들이 있다. 회사에서는 직장 상사들이 그랬고 (물론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있었지만) 집에서는 친척분들 중 어느 분이 그랬고 (대부분은 아니지만) 여행 중 그리고 일상에서 만나는 어른 한국 남자분들이 그랬고(좋은 사람도 많았지만)
아무렇지도 않게 툭툭 던지는 말들로 난 알게모르게 영향을 받았고 계속 움추리게 되었고 마음 속 걱정이 늘었다. 앞에선 아무렇지 않은 척 태연히 넘어가고 때로는 고개를 숙이며 사과해도 집에 와선 이불킥하며 내가 왜 그랬나 바보같은 내 자신을 책망하곤 했다. 그리고 최근 왜 내가 그런 사람들 때문에 나를 몰아세우고 있을까- 생각하게 되었다. 내 인생에, 내가 꾸려가는 내 삶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이 내게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사실이 끔찍해졌다. 분명 나에게 (알게 모르게) 말씀하시는 그분들도 문제지만, 그것이 문제고 그런 말들이 나를 상처받게 한다고 똑바로 말하지 못하는 나도 문제다. 상대와 나의 관계에 괜히 어색해지거나 불편해지는 걸 생각해 조용히 넘어가자, 한번 참자 생각하기도 하고 너무 느닷없는 공격에 어버버거리다 어영부영 넘어가기도 하고.
내 외모를 지적하고 내 옷차림을 지적하고 내 화장을, 취미나 취향을 지적하는 건 쓸데없는 참견이다. 그 부분은 내가 누군가에게 지적받을 이유도 없을 뿐더러 오히려 사생활에 해당하는 영역이다. (물론 사회 생활에서 용인되는 상식 내에서의 모습을 말하는 것. 회사에 삼선 슬리퍼를 끌고 가진 않는다) 그러나 내가 상대방에게 말실수를 하거나 무례하거나 일처리가 매끄럽지 않았을때 그 부분에 대해 정확히 설명하고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 말하는 건 정말 나를 걱정해서 하는 말이라는 걸 안다. 그런 참견이라면 위아래 가리지 않고 언제든 말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내 부족함을 나도 너무 잘 알고 있지만 생각보다 나에게 그런 말을 진지하게 해주는 사람은 많지 않다는걸 나도 알고 있으니까. 그런 말들이 나를 좀 더 좋은 사람으로 만들어준다고 생각하니까.
얼마전 집 앞에 주차해놓은 차를 빼달라고 전화해놓고 이유를 설명하지 않아 오빠가 다시 전화했더니 “빼라면 빼라고 새끼야-“ 하는 아저씨에게 쫒아가 남편보다 내가 더 난리를 치며 막말하고 욕을 하고 왔다. 예전이라면 오빠를 말리기에 급급했을텐데;; 그때는 그렇게 시원하더니 결국 다시 마음 고생을 하고 있다. 밤 중에 만났는데 나한테 해꼬지를 하면 어쩌나, 우리 차를 알고 있는데 발로 차고 긁는건 아닌가. 어쩔 수 없이 더 많은 정보를 노출시키고 있고 신체적으로 불리한 약자라는 사실이 나를 더 소심하게 한다. (내가 잘했다는 건 아니다) 내가 불의라고 생각하는 것들에 참지 않는다는건 발전이라면 발전인데 뒷일에 대한 대책없이 저지르고 끙끙대는건 좋아보이진 않는다.
여행을 하며 내가 원하는 것과 원하지 않는 것들을 알아가고 있다. 이후 삶은 원하는 것들을 분명히하고 그것들을 지키고 그렇게 살아갈 수 있게끔 나와 내 주변과 상황들을 변화시키고 싶다. 내 말과 행동이 자연스레 변화하고 그런 변화 속에서 내가 나다움을 잊지 않길. 행동이 지나쳐 오바하는 경우가 있어도 바로 정신차리고 먼저 수습할 수 있는 정신을 갖게 되길. 내가 듣기에 문제라고 생각해 정중히 말씀드렸음에도 불구하고 나에게 계속 그런 태도를 취한다면 그 관계는 거기서 정리하는 게 옳다. 물론... 지금 나에게 ‘정중히’는 매우 어렵지만 ㅡ.,ㅡ 나이가 들수록 조금씩 더 나아지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