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피아게임
어제밤 제주도 숙소에서 채널을 돌리다 우연히 효리네민박을 봤다. 이런저런 이야기들이 나오는 가운데 방송 중 투숙객들이 모여 마피아게임을 한다. 들어본 적은 있어도 실제 어떻게 하는지 몰라 유심히 지켜봤는데, 넘나 재미있었던 것. 깔깔 웃으며 봤지만 방송이 끝나고 나선 괜히 마음이 씁쓸해졌다. 어떤 힌트도 없이 눈치로 아무나 마피아를 지목하고 분위기를 유도한 뒤 다수결에 따라 그 사람의 목숨을 죽이기도 하고 살리기도 하는. 내가 시민이든 마피아든 상관없이 그 분위기에 제대로 놀아나지 못하고 눈을 굴렸다던가, 말이 많다던가 혹은 말이 적다던가 하는 이유들로 ‘선량한’ 시민을 마피아로 몰아가는... 심리게임이라고 하지만 분명 그 자리에서 알게모르게 분위기를 주도하는 사람이 있고 그 사람에게 잘못(?) 걸리면 꼼짝없이 죽고만다.
난 게임에 참여한 사람도 아니고 방송을 보는 시청자일 뿐이었지만 깔깔 웃으면서도 억울하게 죽는 시민마냥 마음이 답답했다. 그런 같지도 않은 이유때문에 마피아들에 몰려 죽임을 당하고 있다니- 어떤 힌트도 없는 상황에서 내가 선량하다는 증명은 어떻게 해야하는 것이며, 내 눈빛, 말투, 몸짓은 어떻게 제어할 수 있는건지.;; 단순한 게임일 뿐이지만 현실에서 정말 나쁜 의도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말도 안되는 이유로 누군가를 지목하고 나쁜 사람인 것 마냥 몰아간다면? 그리고 그게 나라면? 이런 생각이 끊이질 않았다. 너무 억울하고 속상한데 그것을 증명할 방법이 없다는 것.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나보다 약한 다시 누군가를 지목해 내가 아니라는 걸 증명하는 수밖에 없다는 것이 생각할수록 가슴이 터질 듯 짜증이 났다. 그리고 그런 삶이 어느 사회 조직에서나 일어날 수 있다는 일이라는게 다시 나를 답답하게 했다.
원래 사회는 그런거라고 회사는 그런거라고 원래 삶이라는건 그렇다고 말하면 사실 할 말은 없다. 원래 그런거라는데 거기에 내가 뭐라고 해. 할 말 없지; 그런데 난 그런 삶을 살고 싶지 않다. 원래 그런 삶이라면 난 좀 벗어나고 싶다.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이 퇴사였다면 난 퇴사를 할 것이고 도시에서의 탈출이라면 그 도시의 삶을 탈출하고 싶다. 다른 곳으로 가도 똑같다고 하면 고립되어 살아가는 방법을 찾아볼 수도 있겠다. 과연 그 삶이 행복한지 얼마나 갈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어딘가에 '선량한' 시민들이 있는 곳이 있지 않을까. 그 곳이 어느 장소일 수도 있고 가족일 수도 있고 회사일 수도 있고. 어디가 될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처음엔 좀 믿어도 되지 않을까. 좋은 사람들일거라고. 마음을 놓아도 된다고. 마피아라고 몰아내는 것이 아니라 마피아도 선하게 살 수 있도록 환경을 제공해 줄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마피아는 아니지만 마피아가 아니라고 다른 사람을 지목하여 몰아가는 삶은,
너무 불쌍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