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복, 안경, 전자책 등등등
여행에서 돌아와 생활하며 여행때보다 물건을 훨씬, 자주, 많이, 잃어버리거나, 망가뜨린다.
1.
엄마가 집에 놀러온 날 오빠와 함께 셋이 수영장에 갔다.
자유 수영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정신없이 들어가 얼마간 수영하고 나와
엄마와 내 수영복을 탈수기에 넣어 물을 뺀 뒤 새로 산 모자에 넣어 탈의실에 두었는데-
탈의실 옷장 열쇠와 함께 감쪽같이 사라졌다.
열쇠비 만원과 새로산 수영모자 하나, 수영복 두벌이 2시간 사이에 사라졌다. 그 중 한벌은 온 여행지를 돌며 나와 함께한 수영복인데...
내 여행의 추억과 함께 누군가가 그 작디 작은 수영복에 몸을 밀어 넣겠구나-
2.
여행 내내 잘 쓰고 다녔던 안경. 여행 가기 전 10만원 주고 맞추고 행색이 못봐줄 지경일때면 한번씩 써서
몹쓸 행색을 감추곤 했던 그 안경도 어딘가로 사라졌다. 분명 행색이 몹시 좋지 못한 날 꺼내어 쓰고, 어딘가 던져뒀을 것 같은데
당췌 그 어딘가가 어딘지 기억나지 않는다.
3.
전자책 액정이 깨졌다. 여행을 다닌 약 7개월 동안 정말 상처 하나 나지 않고 잘만 들고다니며 책을 읽었는데,
짧은 일본 여행 중 액정이 나가 고치질 못하고 있다. 크레마 사운드 녀석. 퇴사하면서 같은 팀원들이 선물해준 아이인데,
액정을 수리하려고 알아보니 구매일자와 구매번호를 함께 적어 동봉해 보내란다. 구매한지 1년 이내라면 수리비가 6만원. 1년이 넘어가면 7만5천원이라고. 한푼이라도 아낄까 싶어 구매준 녀석에게 연락해 알아봐주십사- 말해두었는데,
찾기 어려운 모양. 아 어떡하지 고민만하다 모르겠다 싶은 마음에 크레마 담당자에게 메일을 보내 문의하니 본체 시리얼 번호로 확인하던지
아님 처음 와이파이 연결한 날짜를 가지고 구매일을 추정한다고 한다. 그럼 처음부터 그렇게 알려주지. ㅡㅜ 난 괜히 시간만 보냈다.
4.
자꾸 잃어버리거나 망가뜨리는 물건들을 보며, 혹시 내가 여행때보다 더 건강하지 못한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정신머리가 건강하지 못하다는 뜻. 뭐든지 쉽고 뭐든지 대충이니 귀히 여겨야 하는것들에 신경을 덜 쓰는 건 아닌지... 풀어진 마음만큼 몸도 헤이해져 살만 뒤룩뒤룩 쪄간다. 하. 덜 먹고 적게 먹어야지 싶어 귀리 우유 다이어트? 를 시작. 그래봤자 하루 한끼 귀리우유를 마시는 것 뿐이지만 뭔가 건강해지는것만 같은 정신승리. 좀 더 나를 아끼고 예뻐해주는 방법을 찾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