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질체력인 건 진즉알았고,
쉬엄쉬엄 춘천이나 다녀와볼까, 가볍게 생각하고 일요일 오후 3시에 짐을 꾸렸다.
검색해 보니 '제이드 가든'이라고, 굴방산역에 있는 산책하기 좋은 정원이 있어,
우선 그곳을 목표로 목적지 선택.
일일차.
집-(전철)-왕십리-(환승)-청량리-(ITX)-강촌-(전철)-굴방산역-(셔틀)-제이드가든
'제이드가든'
- 한화에서 운영하는 산 속 정원이다.
여름에는 야간개장으로 밤 10시까지 운영하고 셔틀버스도 굴방산역에서 6시 45분부터 시간마다 있어,
차도 없고 게으른 우리에게 딱.
여름이라 해가 늦게 떨어지고 날은 선선하여 쉬엄쉬엄 가다 서다를 반복하며 느긋하게 산책하기 딱 좋았다.
각자 옷이며 노트북을 꽁꽁 싸맨 배낭을 하나씩 들고 하는 여행이라 녹록치는 않았지만, 그래도 우리편은 시간이라며
힘들면 앉았다가 쉬었다가 숨도 크게 들이쉬어보고- 가장 윗쪽에 있는 스카이가든까지 올라가 그네를 타고 해가 저물길
기다렸다.
출발하기 전에 청량리 역에서 컵떡볶이와 어묵을 하나씩 사먹었는데- 간만에 운동을 해서인지 계속 배가 고파 어머님이
챙겨주신 옥수수를 와구와구. 빵 남은게 있어서 싸갔는데 것도 와구와구. 음료수도 하나 사서 꿀꺽꿀꺽.
(집 냉장고/냉동실에 있었으면 얼마 후 음식물 쓰레기통으로 직행했을 아이들이 다행히 시기를 잘맞나 다 뱃속으로 들어감.)
뒤쪽으론 산이 있고 난 흔들의자에 앉아 남편이랑 어제와 오늘과 내일을 이야기하고,
눈 앞으로 펼쳐진 초록들을 만끽하다 달이 선명하게 보이기 시작하자 엉덩이를 털고 일어섰다.
어둠이 짙게 깔린 길을 흔들흔들 내려오면서 남편이랑 깔깔거리고 웃었던 건. 조명들.
언제 조명을 설치했는지 빨강, 파랑, 초록, 흰색 등 원색 위주의 조명이 설치되어 흰옷입은 아가씨가 서있으면
공포영화 배경음악에 비명소리가 귓가에 들리는 듯한 느낌적인 느낌.
계속 그런 조명이 보이는 곳에서 소리를 꽥꽥 지르는 효과를 연출.
정원을 지나 입구쪽으로 내려오면 건물이 하나 있는데 (그 겨울 바람이 분다에서 송혜교네 집이었다-!!)
밤에는 건물에 이미지를 투사하여 제법 그럴듯한 영상을 보여주고 있다.
나중에 가족들이랑 다시 방문해도 좋을 곳. 땡볕 산책보다 아침이나 해질녘을 추천.
9시 30분 마지막 셔틀을 타고 굴방산역으로 돌아와 춘천가는 전철 탑승.
일일차.
굴방산역-(전철)-춘천역-(도보)-쉬*** 춘**(!!)-(택시)-세그루 게스트하우스
'쉬*** 춘**'
- 무작정 떠난 춘천여행이라 숙소는 올라가는 기차 안에서 여기 저기 전화를 해봤다.
춘천역에 밤10시 넘어 도착하는지라 춘천역 근처 게하를 중심으로 검색.
오빠와 내가 둘 다 마음에 들었던 첫번째 게스트하우스는 방이 없어서 탈락.
에어비앤비에서 찾은 두번째 숙소를 예약하기로 하고 에어비앤비를 통하지 않고 직접 전화(매우 현명한 선택)하여 예약진행.
입금 후 바로 현관 비번과 방 비번을 전달받아 생각보다 효율적으로 이용하는 모양인데? 나름 흐뭇해하며 춘천역에서 이동.
그런데... 갈 수록 이상하다. 동네가 붉...고, 헐벗은 언니들이 길에 서 있고, 취한 남자들이 흐트러져있다.
아, 이게뭐람, 이게뭐람- ㅠ 망망ㅠㅜㅠㅠ 하면서 숙소 도착.
비번을 찍고 전달받은 방으로 올라갔는데 방 안에서 들리는 술취한 언니들의 큰 목소리.
하... 전달받은 연락처로 전화하여 상황 확인.
예약받았던 직원 실수로 본인이 알고 있는 방과 예약한 방이 다르다며 본인이 알고 있다는 방으로 이동하여 띵동.
소리가 없어 문을 열어보니 이미 누군가 점거해 사용 중.
그 맞은편 방으로 다시 안내를 해주는데 소파를 펴고 자면 된다하여(...!) "금액은 같나요?" 했더니, 같단다. ㅎ-
이건 아닌거 같은데요, 했더니 10분만 기다리라며 숙소를 옮겨주겠다고 하고 나가는데, 마음이 영좋질 않다.
오빠, 나가자. 하고 다시 그 직원을 불러 환불 요청을 하니 (기존방을 치우고 있던 중인듯!!) 술취한 언니들이 밖으로 나간다. ㅠ
방 치우고 있었는데, 청소 다 끝났는데요, 하는데- 저희가 그 방에서 자고 싶겠습니까? ㅠ
환불해주세요- 하고 나왔다. 멘붕멘붕.
'세그루 게스트하우스'
- 염두에 두고 있었던 게하이긴 하나, 춘천역에서 거리가 좀 있어 연락해 보지 않았던 곳인데. 멘붕상황에서 우선 연락드렸다.
이미 밤 10시 반. 제대로 된 저녁도 못먹어 배는 고프고, 옆에있는 모텔은 들어가고 싶지가 않고,
살려주세요- 하는 마음으로 전화.
밤이 늦어 이미 쉬고 있는 분들이 계셔서 조용히 들어와야 한다는 사장님의 당부에 충성을 맹세하고 예약. 밥을 먹고 들어가면
너무 늦을 것 같아 근처에 있는 보쌈집에서 보쌈을 포장해 들고 택시 타고 이동.
멍멍이는 이게 누구냐며 짖어대고 우리는 짖지마라 멍멍아 누나 운다 ㅠ 하면서 방으로 안내 받았다. 편안하고 아늑한 분위기.
더럽고 지친 몸을 씻고 배를 채우고 싶었으나 방에서는 취식 금지. 다행히 밖에 컨테이너 박스로 만든 까페가 있어 (에어콘도!)
까페에서 신나게 먹고 와하하 웃으면서 우리의 오늘을 리뷰하고 우리를 좋은 숙소로 안내해 주신 주님께 감사드리며 정리.
조용히 샤워하고 들어와 사진 정리 후 바로 취침. 나는 머리만 대면 그냥 졸리던데, 우리 오빤 자다가 계속 깨어 충전/충전/충전.
고생한다. 내 남편.
처음 간 숙소에서 기함하였지만,
다행히 주님은 우리를 그곳에 머물지 않게 하셨고, 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는 공간을 허락하셨다.
춘천이었기에 망정이지, 혹시 해외에 나갔을 때 이런 상황이면 어떻게 해야했을까? 이보다 훨씬 더 좋지 않은 환경에서
머물러야 하는 경우도 있겠지? 도란도란 남편과 이야기.
결론은... 영... 영어공부. ㅠ 는 아니고. ㅋ 철저한 사전조사를 기본으로 한 상황대처. 밖에.
주님에 기대야겠다. ㅠ 저희를 살펴주시옵소서-
호갱커플 룰루랄라 신나는 춘천여행 일일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