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가워, 블라디보스토크는 처음이지?
배에서 내려 입국심사를 하고 드디어 밖으로 나왔다. 입국심사때 심사하는 여자분이 여권사진과 나를 뚫어져라 비교하며 바라보다가 입 주변을 가리키며 씩 웃는다. "넹 >_< 저 교정했어용.(어쩌라공)"
항구와 블라디보스토크 기차역은 거의 붙어있다시피하여 버스나 택시를 탈 필요없이 바로 걸어 예약해둔 호스텔로 갈 수 있다. 진짜 여기가 거기 맞아? 이렇게 가까운게 사실입니까? 지도 제대로 보셨습니까? 를 되물었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한결같이, "응" 우왕... 우리 오빠 단호박. 이렇게 단호한 남자인줄 몰랐넹.
낑낑거리며 캐리어를 끌고 숙소를 찾아나선다. 러시아에서 호스텔 찾기 어렵다는 건 알고 있어서 미리 다녀온 사람 블로그도 찾아 읽어봤는데, 우리도 똑같이 헤멘다. ㅎㅎ 영 헤메고 있다. 짐을 들고 위로 갔다 아래로 갔다 건물을 뱅글뱅글 돌다가 친절한 러시아 청년의 도움을 받아 호스텔과 통화하고 직접 데려다주기까지 하여 도착. 너무 고마와서 얼싸안을뻔. 가까스로 악수와 눈빛으로 마음을 전하고 호스텔에 들어와 씻는다. 좋다... 나 샤워하고 씻는거 별로 안좋아했는데, 이렇게 시원하고 좋을 수 없다.
[아크모스페라를 찾는다면, 이 매장 옆 골목으로 쏙 들어가시라]
씻고 나와 향한 곳은 유심 매장. MTS매장이 클레버 하우스 1층에 있다고 하여 방문. 구매까지 수월하였으나 (10G) 인터넷으로 500루블이라고 읽었는데 우리에겐 550루블 이란다. 이놈들, 사기치니? 싶었지만 난 말을 못하니까... 넹... 영수증 주세요. 했더니 잠깐 멈칫 하더니 오케이 이런다. 오래거릴것 같아 됐다 하고 나옴.
다음은 밥이다. 블로그에서 수많은 밥집을 보긴 했지만, 배고픔에 눈이 먼 우리에게 그곳에 찾아갈 여유따윈 없다. 우선 눈에 들어온 버거킹으로 가서, 원 와퍼와 고기가 가득 들어있는 햄버거를 주문. 주문받는 청년이 영어는 모르지만 눈빛은 아주 잘 읽어서 콤보로 잘 주문해줬다. 가져와서 먹는데 대각선에 앉은 애들?(15세쯤) 무리가 나에게 하이~ 하면서 눈인사를 하더니 햄버거 한입 짭짭. 한다. 노~ 하고 오빠를
보니 화가났다. 눈도 마주치지 말라며. 넹넹. 햄버거 맛은 만국공통. 햄버거 중의 햄버거는 와퍼입니다.
다음은? 마켓에서 장보기. 클레버하우스 지하에 있는 마켓에서 저녁에 먹을 맥주랑 과자 등등을 구입. 매장이 엄청 크고 종류도 어마어마 많다. 내가 한국에서 바리바리 싸들고온 라면과 카레가 부끄러울 정도로 많다. ㅠㅠ 나 왜 그렇게 무거운걸 지고 다녔니 ㅠ
장보기까지 끝내고 호스텔로 돌아오니 8시 즈음. 배에서 보다만 영화를 맥주를 마시며 마저 본다. 내가 지금 한국 집에 있는지 러시아에 있는지 아직은 실감이 안난다. 그저 남편이 있는 곳이 내 집인걸 생각하면 이 곳도 내 집인 것만 같다. 내일 떠날 사람처럼 조바심내지 않고 소개된 맛집을 다 둘러보지 않아도 다시 올 사람처럼 여유롭다.
반가워, 러시아.
오래 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