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베리아 횡단열차를 어떻게 어떻게 겨우겨우 인터넷 뒤져뒤져 예매하고 내가 이름은 제대로 쳤는지, 여권번호는 맞는지 불안해 하며 횡단열차에 올랐다. 열차에 들어가기 전 언니가 여권과 티켓을 일일이 대조하는데 가슴이 두근두근. 내가 혹시라도 여권번호를 잘못쳤으면 어떻게 하지? 하는 불안. 우리 자리는 007열차 12번 객차 가장 마지막 33, 35번 1층 좌석. (맞나?)
우리 앞에 미리 온 가족이 있어서 짐을 끙차 끙차 3층쯤에 있는 짐칸에 올리는데 그 가족이 바로 우리의 3박 4일 열차메이트, 카밀과 마샤 부부이다. 카밀과 마샤는 한국에서 일 한 경험이 있는 우즈베키스탄 출신 언니, 오빠들. 카밀 오빠는 42살, 마샤 언니는 39살이다. 14살된 아들과 5살된 딸이 있는 15년차 부부. 하지만 15년차 답지 않게 엄청난 사랑꾼들이셔서, 우리도 질 수 없다는 마음에 애정을 퐁퐁 담아 생활.
우리가 한국인인걸 알자 반갑게 아는 한국어를 총동원하여 본인들을 설명한다. 카밀은 서산에서 일을 했고, 마샤는 고흥에 있는 식당에서 일했다며. 아, 그렇구나, 하고 듣고 있는데 나도 아는 듯한 안타까운 얘기들이 계속 나온다. 주로 설거지를 담당했던 마샤는 같이 일하는 이모들과 사장님들에게 닦아닦아, 빨리빨리를 가장 많이 들었던 듯. ㅠ 그리고 끼니마다 변화없이 먹는 밥, 밥, 밥에 그녀는 충분히 질려있었다. 빵도 좋고 오트밀도 좋고 다양한 음식을 먹고 싶은데 하루 세끼 밥뿐인 식단이 지겨웠던 듯. 3박 4일 내내 밥은 쳐다도 보지 않던 그녀. 카밀은 동네 반장님인듯 힘쓰고 러시아어가 필요한 순간마다 영어로 우리에게 그때그때 도움을 주곤 했다. =)
좋은 메이트를 만난 덕분에 우리는 매 끼니 다양한 음식들을 먹을 수 있었고, 끊임없이 우리를 챙겨주어 몸둘바를 몰랐던 3박4일.
좋은 사람들과 함께할 수록 두려워졌던 건, 나도 언젠가 한국에 돌아가 이 나라에서 온 분들을 보며 빨리빨리를 외치고 있진 않을지, 내가 카밀과 마샤에게 느낀 고마움과 감사의 마음을 잊지 않고, 모르는척 하지 않고, 나도 표현할 수 있을지.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것부터 부끄럽긴 하지만 사진을 보면서 잊지 않겠다, 스스로 다짐해 본다.
호남편이 너무 전진배치 되어 있어 얼굴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