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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별일.

연락처 정리



3박4일 시베리아 횡단열차에 앉거나 누워 한 일 중의 하나. 연락처 정리하기.
지우는 기준은 분명하다.

1. 저장되어 있는 번호가 011, 017, 019로 시작되면 삭제
2. 근 2년간 연락 한 번 없었던 사람, 업체라면 삭제
3. 얼굴이 생각나지 않으면 삭제
4. 얼굴이 생각나더라도 전화왔을 때 기쁘지 않을 것 같으면 삭제

연락처를 삭제하면 자연스레 카카오톡 연락처도 업데이트 되어 저장되어 있는 사람이 일부 정리될거라고 기대하였건만, 여전히 1300명을 넘는다. 도대체 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내 카카오톡을 점령하고 있는 것인가. 난 그 중 채 2-30명도 안되는 사람들과 연락하고 있는데-

우리 부부의 공통점 중의 하나는 자주 모이는 친구가 별로 없다는 것. 친구들이랑 노는 것보다 남편이랑 노는게 더 즐겁다. 물론 만나지 않는건 아니지만 전에 회사에선 회사 아이들을 만날때엔 남편을 데리고 나가거나, 남편이랑 같이 나가지 않는 모임은 가능한 일찍 들어오려고 노력했다. 남편은 한번 놀면 엄청 늦게까지 놀아서 열이 받긴 하지만 그 빈도수가 매우 드물다.

마음 편하지 않은 사람들을 만나 안테나를 세우고 가식쟁이 코스프레를 하는 것보다 남편 앞에서 마음 편히 욕도 좀 하고 방구도 좀 끼는게 행복하니까.

몸이 별로 좋지 않은 걸 잘 알고 있고 술마시는걸 즐기지 않는 주제에 술자리를 즐거워하고 심지어 오바해서 마시기도 하고, 나서서 권유하기도 했던 모습들이 한심하고... 싫어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지만 싫어지면 죽어도 싫은 사람과 만나 밥도 먹고 차도 마셨던 내가 어떻게 그렇게 다 참고 살았나 싶다. 물론 참지 않았다고 하는 사람들도 많겠지만, 난 진짜 싫어하는 사람 앞에서는 싫은 내색을 1도 안하는 사람이니까. 언젠가 내 연락처에서 깨끗하게 사라질 뿐이다. 두 번 다시 참고 만나고 싶은 생각은 없다.

모든 사람에게 사랑받고 싶은 생각은 없어서 누군가 나를 이렇게 싫어한다고 해도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그 생각을 바꾸기 위해 노력하고 싶은 마음도 열정도 있질 않다. 그냥 내가 싫으면 어쩔 수 없는 일이고, 그러다 좋아지면 그걸로 된거고.

그래서 남편과 함께 있는 시간을 좋아하나보다. 내가 유일하게 꾸밈없이 나를 드러내고 있는 사람이라서. 다행히 내 어떤 모습을 보아도 배싯배싯 웃어주는 남자니까. 가끔 나를 위한 잔소리가 시끄럽긴 하지만 나를 생각해서 하는 말이니 참을 수 있다. 틀린 말은 별로 없다. ㅎㅎ

나의 얄팍한 인간관계에 매우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많은 분들께- 저라는 녀석을 곁에 두고 귀이 여겨주시고, 이뻐해 주시고, 좋아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제 나름의 방법으로 최선을 다해볼게요- 헤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