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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이곳저곳/떠나다.

러시아에서 마지막 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



모스크바에서 상트페테르부르크로 출발하기 전 오빠와 방에 누워서 한참 이야기를 나누다가, 러시아에서 왠지 보내는 날들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슬몃들어 상트 일정을 연장하자, 는 결론에 이르렀다. 결과적으로 핀란드 가는 기차사이트 아이디와 비번을 잊어버려 연장하지 못했지만(ㅜㅜ), 상트에 와서 지내면서 우리가 다시 눈빛을 교환한건 연장하지 않길 잘했어이다. ㅋㅋ 이 도시는 도시 나름의 매력을 가지고 있지만, 솔직히 난 상트보다 모스크바에 더 매력을 느끼고 있었달까. 상트도 모스크바와 같은 분위기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훨씬 클래식하고 우아하다. 난 도시적이고 현대적일줄 알았지. ㅋㅋ

표트르 대제가 유럽스타일을 표방하며 계획적으로 지은 도시이면서, 2차 세계대전시 이 도시의 시민들이 도시를 버리지 않고 900일 가량을 지키며 도시가 파괴되지 않도록 지키고 있었다는 사실 등이 이 도시를 설명하는 가장 중요한 키워드이면서 도시가 가진 매력일 것이다. 그만큼 새로 지어지는 현대적인 건물보다 옛것을 복원하며 지키는 가치들을 더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뜻일터. 실제 방문하는 성당마다, 궁전마다 어느 건축가가 몇년도에 어떻게 복원했는지 구구절절 설명하는 것으로 그 건물의 역사를 알리고 있다.

이 도시의 다른 좋은 점은 러시아의 기타 다른 도시들과 달리 한국에 관대하다는 점. 성이삭성당은 물론이고 피의구원성당, 에르미타주 미술관, 씨티투어버스까지 충실한 오디오 가이드가 한국인 관광객들을 맞이한다. 기존 방문했던 도시들에서 충분히 소외되었던터라 반가운 마음에 한국어 오디오 가이드가 보이는 족족 대여하였는데, 피의구원성당...은 좀 과하고, 성이삭성당과. 에르미타주는 정말 감사할 정도로 꿀정보들. 버스의 경우 이동하면서 설명해주는터라 내가 보고 있는 건물이 이 가이드가 말하는 그 건물이 맞는지 계속해서 의심하게 되는 단점이... 그래도 도시의 주요 관광지들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고, 평소 관심있게 지켜보던 장소들은 바로바로 캐치할 수 있어서 러시아에 조금이나마 관심이 있다면 여행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



모스크바에서는 정말 흥청망청 식비를 썼던 것과달리 상트에서는 거의 외식은 하지 않고, 집에서 만들어 먹는 식사 위주로 지냈다. 총 4박 5일동안 우리가 쓴 비용은 3500루블정도.(한국돈으로 7만원) 양고기를 1kg을 사와 구워먹고, 보드카에 와인에 맥주까지 거의 매일 배가 터질것만 같은 식사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덜 나왔다. 중간중간 커피도 마시고, 햄버거도 먹었는데 말이죠-ㅋ 이미 러시아식 식사를 충분히 했다고 생각하고 있어서 가능한 일. 러시아에 3박4일, 4박5일 일정으로 여행온 관광객들에게는 비추. 보르쉬도 샤슬릭도, 오믈도, 다양한 핫도그와 샐러드도 충분히 즐기시길. 그러다 지겨워지거나 매일 비슷하다고 생각되면 직접 요리해 먹는 방법도 있다는 것.

이 곳의 관광지 입장료는 꽤나 비싼 편. 식비를 아낀 대신 관광에는 충분히 투자하자고 생각하여 주요 관광지는 모두 발도장을 찍었는데, 저렴한 곳은 250루블, 좀 비싸다 싶은 곳은 750루블. 뼤쩨르고프의 경우 정원 입장료가 750에 궁전 입장료 500, 그리고 별도의 박물관이나 기타 장소 입장료는 모두 별도라 입을 쩍.. 비싸다. 인당 700 루블이나 되는 입장료를 내고도 전혀 아깝지 않은 장소는 에르미타주. 공간과 전시의 반의반의반도 못보고 나온게 한이 될 따름이다. ㅠㅠ 다음에 다시 방문해서 충분히 즐기라는 러시아의 신이 우리를 내쫒았다 생각하며..ㅎㅎ

다음에 방문할때엔 아리스토 호텔로 예약하고 싶다. 히틀러가 상트페테르부르크를 포위하고 이 호텔 식당에 앉아 저녁식사를 즐기며 식사가 끝날때쯤 도시가 파괴되어 있을거라고 생각했다던데, ㅋ 과연 그럴만한 호텔인지, 장소인지 머물러 보고 싶은 생각.



러시아에서의 마지막 밤이 이렇게 또 지난다.
다음은 핀란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