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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이곳저곳/떠나다.

여행의 좋은 점_소모의 관점



익숙한 장소에서 머물고 먹고 자는게 아니라 생활하는 곳마다 장소마다 불편함이 없다고 말할 수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느끼는 좋은 점들이 있다. 여행을 떠나기 전 짐을 꾸리면서 이것이 과연 필요할까, 정말 내가 여행 중에도 유용하게 꼭 필요한 물건인 것마냥 사용할 수 있나 고민하며 넣었던 것들이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집에서 만먹던 음식들.

첫번째는 차류. 집에 어찌나 선물받은 홍차도 많고 내가 직접 먹고 싶어서 산 차들도 많은지... 그렇게 쟁여놓은 차들을 집에서는 한번 제대로 먹지도 않고 방치해 두고 있었는데, 이번 여행 짐가방에 모두 쑤셔 넣었다. 아, 거기가서도 안먹으면 진짜 안먹는거지, 가서 버리지 뭐- 하는 마음. 예전 오키나와 여행갔을때 샀던 오키나와 차, 러시아 다녀온 언니에게 받은 그린필드, 출장갔다 돌아온 회사 동생이 선물한 나라도 기억나지 않는 곳의 차와 내가 너무 좋다며 호들갑떨며 산 TWG 집에 굴러다닌던 우엉차와 녹차티백들. G7 커피와 스타벅스 일회용 커피들. 너무 많아서 다 넣진 못했지만 그래도 꽤나 챙겨왔는데, 시베리아 횡단열차부터 시작해 지금 상트페테르부르크까지 야금야금 하루에 한잔씩 두잔씩 차를 즐기고 있다. 가끔은 내가 가진 차가 아까워서 호스텔이나 숙소에서 제공하는 차를 마시기도. 러시아 사람들이 많이 먹는 차는 princess noori. 열차에서 만난 사람들, 숙소에서 제공되는 기본 티는 모든 이 종류. 저렴하고 대중적인 티인듯. 홍차가 후욱- 하고 우려지는데 진한 홍차맛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선호할만하다. 난 티백하나로 오빠와 둘이 나눠마시는 식으로 적당히 우려내고 버린당.

두번째는 약. 건강염려증이 있는 우리는 해외에만 나가면 약 쇼핑을 너무나도 즐겨서 집에 쌓아놓은 약이 즐비하다. 타이레놀은 기본이고 비타민, 영양제, 오메가3, 위장약 등등 그러면 이걸 다 먹느냐. 절대, 안먹지. 약은 지금까지 우리 집에서 관상용. 있다는 사실만으로 마음이 든든해지는 존재랄까. ㅋ 그래서 여행오기 전에 집에 늘어져있던 약들의 유통기한을 확인하고 버리고 구분하는 작업을 했는데... 봉지 한가득이 나왔....ㅜㅜ 유통기한이 지나서 못먹는 약들을 보니 내가 이걸 왜 샀나 싶기도 하고.. 하.. 그 와중에 유통기한이 아직 남아있는 비타민C 발견. 이건 우리가 안먹으면 얘도 버린다, 싶어서 굳이굳이 가방에 쟁여왔다. 그리고 열심히 하루에 한알씩 식후에 꼬박꼬박 먹는 중. 집에 있었으면 쓰레기통으로 직행할 아이가, 제 본분을 다하고 내 몸에서 스러져가니 약의 입장에서는 이보다 기쁜일이 더 있을까. ㅋ

세번째는 라면. 난 사실 라면을 그닥 좋아하진 않는다. 가끔 생각날때 먹으면 맛있지만, 집에서 라면을 일부러 끓여먹거나 밥하기 귀찮아서 끓여먹는 일도 거의 없다. 다른 배달 음식을 시켜먹으면 시켜먹었지 라면이나 먹자, 하는 마음으로 때우기도 좋아하지 않는다. (오빤 좋아하는 편. 단, 오빠가 좋아하는 라면이 분명히 있어서 그것만 찾아먹는다) 그 와중에 우리 집에 있던 육칼 두봉지와 짜장라면 두봉지. 집에 두고가면 분명 버려질 음식이고, 해외나가서 라면 생각이 났다는 사람들도 있으니 나도 좀 먹고 싶어지지 않을까? 해서 들고왔는데... 하... 넘나 짐이다. 부피도 크고 생각보다 잘 안먹는다. 러시아엔 이미 컵라면 문화가 자리잡고 있어서, 먹고 싶으면 슈퍼에서 도시락 같은 컵라면 사와서 물부어 먹으면 땡. 그와중에 봉지라면을 가져오다니;; 넘나넘나 짐인것. ㅠㅠ 항상 짐 정리하면서 라면 먹어치운다, 오늘 먹어치운다, 다짐했는데 육칼은 알혼섬에서 맛있게 끓여먹었고, 짜장라면은 여기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먹을 예정. 끌어왔던 오랜 숙제를 해치우는 느낌.

네번째 옷들. 여행간다고 굳이 산 경량점퍼도 있지만 기존 가지고 있던 경량점퍼도 평소 한국에서는 입지 않았던 아이템. 가져온 청바지도 버릴 생각을 하고 들고 온 아이인지라 마음편하게 막 입고다닌다. 양말도 꼬박꼬박 손으로 빨거나 세탁기에 돌리거나. 한국에서는 그렇게 떨어지지도 않던 양말이 여기선 왜이렇게 빨리 헤지니.;; 당췌 이유를...=_=;; 입다가 헤지거나 떨어지면 사야지 편한 마음으로 왔는데, 막상 헤지고 떨어지니 한국에 있는 미쳐 가져오지 못한 옷 생각이 난다. 서랍장 속의 양말들, 바지, 스웨터, 외투... 다 여기와서 입을만큼 입고 떨어지면 버리고 싶다........ 헤헤. (다 버리면? 새로 사야지잉.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