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엔 고기 파티가 있었다. 한국마트에서 사온 고추장양념돼지갈비 소스를 붓고 남은 돼지에 양파 양배추 등등을 넣어 주물럭을 만들어 먹었는데 세상 꿀맛. 청정원 선생님 앞으로도 좋은 제품 많이 만들어 주십시오. 짱 맛있습니다요. 역시 다는 먹지 못하고 좀 남았는데 오늘 아침은 그 남은 재료를 활용한 식사가 되시겠습니다. 고추장 돼지고기 파스타와 누룽지. 파스타면을 삶고 어제 남은 주물럭에 비비기만 하면 끝. 아침부터 저희가 이렇게 눈물을 흘리며 먹는건. 오늘 아침도 청정원 선생님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지난번 샘소나이트에서 얻은 정보로 오늘은 서비스 센터를 찾아가볼 예정. 바퀴만 별도 구매할 수 있으면 바퀴를 넉넉히 구매해 교체하면서 다니면 그럭저럭 괜찮을 듯. 혹시 어려울 경우 구매하는 걸로하고 알려준 주소를 찾아 걷기로 한다. 버스터미널을 중심으로 상당히 동쪽으로 떨어져 있는 서비스센터. 한참을 걸어 공사중인 건물 앞으로 가니 그곳이 서비스 센터라고. 하? 정말? 하고 잠깐 서서 오가는 사람들을 보니 건물에서 나오는 사람이 없는건 아니다. 혹시 몰라 건물 안으로 들어가보니 쌓여있는 가방들이 보인다. 아저씨는 통화중. 우리 가방도 안가져왔는데 ㅡㅡ;; 바퀴만 사려고 했는데;; 당황당황하다가 밖으로 나왔다. 뭔가 체계적인 전문 센터의 느낌보다 사설 수리소 같은 느낌이라 거기서 우리 가방 모델명을 찾아 그 바퀴만 얻을 수 있을 거라는 느낌적인 느낌이 1도 없었다. 그냥 사자-
다시 길을 걸어걸어 쇼핑몰로. 지난번 구경했던 가방들을 다시 살피고 그 중에 하나로 골라 사자! 하고 캐리어 판매점을 전전. 이거 괜찮아 보여? 자물쇠가... 이건? 비싸서.... 저건? 듣도보도 못한 브랜드면 싸기라도 해야하는거 아냐? 샘소나이트, 듣보잡1, 듣보잡2 매장을 왔다갔다하다가 결국 듣보잡1 매장에서 매우 저렴한 가격으로 공인 인증 자물쇠 없이 구매하는 걸로 결정. 우리 자물쇠 많으니까 비행기 탈땐 그 자물쇠 여기 걸면돼! 싸니까 부서지면 다시 또 하나 사면되지 ㅡㅡ;; 라는 이상한 논리로. 6만원이 채 안되는 돈으로 24인치 캐리어를 장만하고 커피 긴급 수혈을 원하는 나를 위해 그린커피로 이동.
# 그린 커피 Green coffee
바르샤바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프랜차이즈
커피숍. 와이파이도 쓸 수 있고 의자도 푹신하게 생겨서 들어왔다. 스타벅스나 코스타 커피 같은 여러 프랜차이즈들은 어디서나 갈 수 있고, 러시아에서 호되게 당한 경험이 있어서 가능하면 제외.
카푸치노 한잔과 아메리카노 한잔을 시키고 앉아 구글 드라이브를 들여다보며 우리가 쓴 돈을 정리. 으음? 돈...돈을 엄청 쓴거 같아. ㅠㅠ 식비가 어마어마하다. 우선 둘 다 먹는데 아끼는 타입은 아닌데다 배고프면 화가 나는 사람이라(내가) 마구잡이로 먹어댔더니 식비가 어마어마. 사실 술도 어마어마하게 마신터라 할말은 없다. 식당에서 맥주 한두잔은 기본인데다 집에 돌아오면 맥주에 와인에 그날그날 땡기는대로 마셨다죠. ㅠㅠ 원래는 바르샤바에 있는 동안 브로츠와프에 다녀올 계획이었는데 브로츠와프는 얼어죽을. 집에서 손가락이나 쪽쪽 빨고 있으면 딱 좋겠다. 힝. 커피를 마시며 돈 얘기를 하니 요게 입으로 내려가는지 코로 내려가는지 모르겠군아. 슬프게 마무리하고 돌아가기로.
돌아가는 길엔 씨티은행을 찾아 돈을 찾자하고 지난번 간 지점이 아닌 다른 지점을 찾아 이동. 캐리어 하나를 달달달 끌고 도시 중심을 가로지른다. 가방에 든 것이 없어 가벼워서인지 왠지 더 좋아보이는 느낌적인 느낌. 평소 가지고 다니던 캐리어를 끌땐 그렇게 힘들 수 없었는데 이건 깃털도 아니고 너무 쉽잖아. 시티은행이라고 써있는 건물까지 왔는데 은행이 보이질 않는다. 이건 뭐지... 건물 왼쪽인가 오른쪽인가 빙글빙글 돌아도 없는 은행. 혹시나 싶어 건물 안쪽을 들여다보니 시티은행 상당히 고층에 있음. 요렇게 써있다. (설마) 으악 여긴 은행이 아니라 은행 본사 같은 건가봐 ㅡㅡ;; 망했다 하고 원래 가던 은행을 찾아 다시 이동. 본의아니게 바르샤바 시내 강제 구경하고 있다. 그러나... 원래 가던 은행 조차 영업시간이 끝났다며 쫒겨났다. 힝. ㅠㅠ
가는 길에 어머님이랑 미국 놀러가신 아주버님께 전화가 와서 다 같이 통화도 하고. ㅋㅋ 길거리에 앉아 노닥노닥 여유로운 시간. 길거리서 뭐하는건가 싶다가도 노닥거리는 시간이 즐겁기만 한 우리 둘.
오늘 할일은 고작 캐리어 하나 사는 것. 미션은 끝냈으니 오늘 저녁은 숙소에서 마음껏 쉬자.
세상 이곳저곳/떠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