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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기록./보다

봄날

2011년 3월 31일
대학로 예술극장 대극장.

백수광부 이성열 연출님의 작품.
20주년 기념공연으로 대학로 예술극장에서 오현경 선생님과 이대연 선생님이 아버지와 아들로.
오현경 선생님의 앙상한 몸이 왠지 짠-한게, 그 자체로 참 슬퍼졌다.
이대연 선생님은 우하하- 강한 캐릭터 역할만 보다 너그러운 어미같은 모습을 보니 뭔가 반전이 있는건가;;; 하는 의심이 자꾸..=_=;;

몰랐는데 이강백 선생님 작이고,
2009년 이성열 연출님이 서울연극제 연출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백수광부의 작품은 때로 잘 맞기도 하고 때로는 잘 안맞기도 한, 내겐 확률 반반의 연극이다.
좋은건 악, 좋아! 하는거고 썩 마음엔 와닿지 않아도 평균 이상의 공연을 보여주니,
확률 반반이라면 꽤 냉정한 평가같고, 안타(1루타 정도 ㅎㅎ)냐 홈런이냐 정도일까.

내지르는 작가와 절제된 연출+무대는 그렇게 즐거울 수 없었는데
조용한 작가와 섬세한 연출+무대는 이렇게 눈이 감길 수가..;; 자고 싶지 않았는데 중간 한 막 정도를 놓친듯.ㅠㅠ

줄거리는 여기에서.

전체적으로 잔잔하고 조용하고 따뜻한 연극이다.
일곱 형제들과 맡겨진 한 소녀, 그리고 아버지의 이야기.
따뜻한 연극이라고 하면 펀득 생각나는건 아버지가 아이들을 키우며 사사소소 발생하는 사건들,
큰 그릇으로 품어주고 서로 위하는 이야기가 떠오르기 마련인데, 이 이야긴 약간 그런 상상에선 빗겨간다.

일곱 아들을 부려 자기 욕심을 챙기는 아버지.
아들들에게 나눠주지 않고 벌어들인 돈은 구들장 밑에 회충약은 주되 밥은 배불리 먹이지 않고,
젊음을 되찾고자 어린 여자아이를 품에 안는 아버지.
아버지는 아들들이 욕심내는 돈도 여자도 젊음도 모두 다 취하려다,
모두 다 잃고 만다.

중간중간 노래도 하고 시도 읊고 이야기도 끼워넣으며 연극인듯, 낭독인듯 슬밋슬밋 흘러가는 분위기가 좋았다.
소녀의 몸에서 꽃이 피어나는 장면과 그녀가 바라보던 북극성? 도 그림이 예뻤음.

교훈을 얻자는건 아니지만,
그렇게 벌어 뭐할까. 그렇게 젊어져 무엇하랴.
내가 돌아갈 곳(부모)가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안심이 되는데, 부모를 버리고 떠나온 자식들의 마음은...

빠르게 흘러가는 이야기만 보아오다
느릿한 전개의 느릿한 연극으로 느긋해지는 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