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이의 강추강추로 두 편을 한꺼번에 보게 되었다.
프로메테우스(2012)
- 에이리언 프리퀄.
정현이 말로는 기독교인들 사이에서 반기독교 정서때문에 한때 이야기가 있었다고 하던데,
내가 보기엔 그럼에도 불구하고, 믿는자의 이야기였다.
엘리의 목에 걸려있던 십자가 목걸이.
데이빗이 사실을 다 알고도 당신은 그것을 찾는군요, 라고 할 때, 나는 그것이 진실이 아닐 수도 있으니까.
엘리 입장에서는 추억의 물건이라 소중했을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는 희망을 놓을 수 없는?
에이리언의 프리퀄인지라 그들이 만들어지게 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인류와 동일한 DNA 구조를 가지고 있는, 외계의 조상을 찾아 탐사를 떠난 프로메테우스호 사람들.
그 우주선에는 불멸에 대한 환상을 가진 제약회사 회장과, 그에게 인정받길 원하는 딸,
순수하게 인류의 기원을 찾는 과학자와 새로운 행성에 대한 기대와 조사를 하려는 연구원들,
그들을 안전하게 이동시키고 지키려는 선장과 이 모든 행위를 백업할 수 있는 AI가 타고 있다.
각자의 목적에 맞게 행성에서의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
위험이 눈 앞에 있어도 욕심을 포기하지 못하고 쟁취하려는 주인공.
: 곧 날이 어두워진다 경고함에도 불구하고 나가는 찰리(엘리 남친)
채취한 머리가 떨어지자 대책없이 자기 몸을 날리는 엘리
외계의 행성에서 겁없이 외계의 생물에 손을 내미는 생물학자
감염이며 오염이며 사람이 죽어나가는 상황에서도 영생을 얻겠다며 나서는 회장님
그리고 이 모든 인간의 욕망을 확인하고, 그들을 돕는 척, 자신의 욕망을 재확인하는 AI 데이빗.
호기심을 억누르지 못해 인간에게 가져온 물질을 실험하고,
정보를 공유하지 않은 상황에서 인간들을 더 위험한 곳으로 안내하고,
위로하며 안심시키는 척하면서 뱃 속의 에이리언을 더 지켜보고 싶었던 욕망의 대마왕. 데이빗.
인간의 순수한 호기심, 열정 따위는 아랑곳없다는 듯,
자신이 목적한 바를 달성하기 위해 죄책감, 연민 등의 감정에 휩쓸리지 않고,
가장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방법으로 하나씩 쟁취해 가는 AI.
처음 영화를 보면서 찰리가 나대길래, 쟤가 이 영화에서 초를 치겠구나, 했더니 이게 왠걸.
찰리는 그냥 로맨티스트일 뿐이고,
회장 등 누군가의 목적에 의해 명령대로 움직인다고 생각했던 데이빗이 누구보다 냉혹한 악역인걸
난 너무 늦게 알아버린거죠.;;
인간이 위화감을 느끼지 않도록 인간과 매우 유사하게 만들어진 AI가
인간이 가진 욕망보다 진화된 욕망을 거침없이 밀어붙이는 모습에서 오히려 주인공들의 인간성을 다시 보게되는
계기가 되었달까.
뒷부분은 에어리언: 커버넌트까지 보고나서 느낀 감정이긴 하나-
(데이빗 이렇게 무서운 놈인 줄 몰랐쪙)
그럼에도 불구하고 십자가에 마음을 의지하고, 자신을 위험에 빠뜨린 자를 용서하고,
안락한 현실이 아닌 도전과 모험이 있는 세계로 떠나려는 엘리자베스의 신념이
인류의 조상을 찾아 떠나는 여정과 모험의 영화라기 보다
인간이란 무엇인가 알게하는 영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