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하고 편안한 잠자리. 푹 자고 일어나 1층 라운지로 내려갔다. 간만에 밥다운 밥, 호텔이 주는 아침을 먹는 날. 여행 시작한 뒤로 호스텔에서 제공하는 간단한 빵이나 시리얼 아님 에어비앤비에서 만들어 먹는 너무 무겁거나 가벼운 내가 (혹은 오빠가) 만드는 식사가 대부분이었는데 남이 만들어 주는 그것도 호텔에서 만들어주는 조식이라니. 이게 얼마만이냐!! 씬난 호갱이들.
기대가 어마어마했지만 사실 제공된 음식은 많이 대단치는 않았다. ㅎㅎ 그래도 가짓수가 많다는 사실에 행복했음. 여러종류의 빵과 소세지, 햄, 감자튀김, 에그 스크램블, 시리얼, 다양한 음료수들과 요거트. 내일도 딱히 달라보일것 같지는 않지만 ㅋㅋ 그래도 즐거운 아침식사. 호텔에 투숙하는 사람들도 많이 먹는 것 같았지만, 인근 지역에서 호텔로 식사를 하러 오는 사람들도 꽤 있는 듯 밖에서 들어오는 사람들이 있다. 설마 아침부터 온 가족이 산책하고 들어온건가.;;; 밥하기 싫은 날 온 가족을 끌고 근처 호텔에 들러 가볍게 먹는 아침식사라면- 엄마 입장에선 두 손 들어 환영할만 하다.
맛있게 배부르게 먹은 뒤, 오늘의 일정을 시작한다. 버스를 타고 내일 오스트리아로 떠날 버스 정류장을 스윽 확인한뒤, 브라티슬라바의 올드타운을 보기로. 호텔 앞에서 출발하는 55번 버스가 있어 그걸 타면 약간 돌긴 하지만 돌아돌아 버스 정류장까지 가고, 버스 정류장에서는 조금만 걸으면 올드타운까지 금방이다. 날씨는 추운듯 바람이 쌔앵 불긴하는데 괜찮아 괜찮아 하곤 채비를 하고 나서는 우리.
버스 정류장에서 티켓을 사려고 기웃기웃 거리는데 어디서도 티켓을 판매하는 자판기?가 보이질 않는다. 어떡하지? 이쪽 정류장에도 없고 반대편 정류장에도 없고- 와, 이건 버스를 타라는 거야, 말라는거야;;; 할머니 한분이 서있길래 할머니께 버스 티켓!!! 하고 말을 거니 손을 휘저으며 너와 대화할 생각이 없어보여;;; 하신다. 어떡하지...=_=;; 하다 버스 안에서 살 수 있나? 싶어 우선 버스를 타기로. ...역시 없다. ㅋㅋㅋ 무임승차;;; 가슴이 두근두근한데 어쩔 수 없다. 나는 티켓을 사고 싶었다, 사고 싶었다, 마음 속으로 외쳐보지만 걸리면 어쩔 수 없는 일. 티켓 판매기가 보이는 정류소에서라도 후다닥 내려 티켓을 구입하고 다시 버스를 탔어야 하는데 한번 느슨해진 마음은 좀처럼 다잡아지질 않는다. 걸리면 어쩔 수 없다, 걸리면 어쩔 수 없다 하면서 가는 길. 마음이 괴로우면서도 걸리지 말아라, 걸리지 말아라 빌게 되는;;
다행히 (...으음?) 버스 정류장 근처까지 무임승차로 이동. (죄송해요, 다음에 버스 티켓 두배로 살게요ㅠㅠ) 버스 정류장을 구글맵에 찍고 가는데 가는 길이 이상하다. 공사장 느낌의 파티션이 빙 둘러쳐져있고 저 앞에 보이는 건물은 왠지 횡한 느낌. 오히려 반대편에 버스가 수없이 드나드는 건물은 번쩍번쩍하니 빛이 난다. 뭐야앙... 하면서 구글맵을 따라 이동하니 버스 정류장이 이사했어용~ 하고 귀여운 스티커를 붙여 안내하고 있다. 오다가 본 번쩍번쩍한 건물이 새로 이사한 버스 정류장이었던 모양이네. 다시 그쪽으로 걸어가자! 하고 슬슬 걸어 이동해 주변을 살피고 올드타운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사간거 확인했고, 저기 있는거 알았으니까 안들어가봐도 돼. ㅎㅎ 한번 와보길 잘했네~
# 블루 처치 blue church
브라티슬라바를 검색창에서 검색할때 함께 가장 많이 걸리던 검색어. 우리 호텔 이름도 블루 호텔이던데- 이 도시는 파란색과 뭔가 연관이 있는 듯 블루라는 이름을 많이 쓰고 조명도 파란빛이 많다. 조명이 심히 촌스러워 보이지만 건물의 경우 파란색이 하늘색이라고 해야할까 옥색 비슷한 푸른 느낌이라 어떻게 보면 괜찮아 보이기도 하고 어떻게 보면 이런 색깔을 건물에 썼어, 희한하네!! 싶기도 하다.
버스 정류장에서 구비구비 걸어돌아 푸른 성당으로 이동. 교회 문은 닫혀있다. 하루에 오전, 오후 한번씩 문을 여는 것 같은데 우리가 방문한 시간은 문을 닫은 시간. 교회 안쪽은 들어가 볼 수 없었지만 문을 열고 들어가 쇠창살 밖에서 안쪽 교회의 모습은 볼 수 있다. 기도하길 원하는 사람들은 안쪽으로 들어와 무릎을 꿇고 교회 안 십자가를 바라보며 기도를 하는 듯. 우리는 관광을 목적으로 방문한 뜨내기들이지만 진심으로 기도하기 위해 온 사람들은 그곳에서 눈을 감고 기도하는 모습을 보았다.
러시아부터 지금까지 너무 많은 성당을 보고 온 상황이라;; 너무 아름답다- 라는 감탄을 하긴 어렵지만 푸른빛의 색다른 성당의 모습은 어떤 의미에서는 굉장히 인상 깊다고 할까. 고딕양식의 성화로 가득찬 성당들을 늘어놓았을때 어디가 어딘지 알 수 없는 반면, 이 푸른 성당은 한 눈에도 브라티 슬라바!! 하고 알 수 있는 임팩트가 있으니까. ㅎㅎ
교회를 한바퀴 스윽 둘러보고 올드타운 쪽으로 걸어내려갔다. 얼마 걷지도 않았는데, 다리가 아픈 느낌적인 느낌;; 앉고 싶다 쉬고 싶다 음료수를 마셔야겠다라는 오로라를 뿜어내며 눈 앞에 보이는 맥도날드에 들어가자!! 하고 스윽 들어가 자리를 잡고 앉은 나. 오빤 벌써? 하는 표정이지만 미안- 난 좀 쉬고싶엉. 난 오렌지쥬스요- 하고 모르는 척. 딴청. 오빤 할 수 없다는 듯 오렌지쥬스병을 하나 사가지고 돌아온다. 시큼한 오렌지 쥬스도 오랜만에 먹는 듯한 기분. 몸이 비타민을 원하고 있다.
브라티슬라바 올드타운에서 유명한 것 중의 하나가 블루 처치와 함께 거리 곳곳에 놓인 동상들이다. 그 중 맨홀에서 몸을 내밀고 있는 모습을 하고 있는 동상이 있는데, 고 동상이 브라티슬라바의 명물. 사람들이 줄을 서 그 동상과 함께 사진을 찍는다. 물론 그 동상 외에도 특이하고 재미있는 동상들은 많으니 걸으며 발견하고 사진찍는 즐거움을 느끼는 건 나의 몫.
우린 우선 그 동상을 찾아 동네를 한바퀴 돌다가 올드타운 내 성당이며 궁전이며 슬슬 돌아보기로. 다행히 맥도날드와 그리 멀지 않은 거리에 동상이 있다. 밖으로 나와 걷는데 옆에 늘어선 기념품 가게들. 스윽 들러 마그네틱 시세와 디자인 확인. 음, 이 정도의 가격에 이런 디자인이 있군. 하고 신나게 구경. 다른 나라와 별다르지 않다.;;;
# 동상들
마그네틱을 사서 나와 보이는 동상이 있어 이런저런 포즈로 사진을 찍고 전진전진 해 나가니 사람들이 우르르 모여있는 곳이 있다. 저곳이 맨홀 동상 근처로구나, 싶어 가보니 역시. 오빠와 나도 소심하게 줄을 서 사진을 찍으려는 찰나 우르르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몰려온다. 으아아- 오빠 빨리 찍어. 사람들 엄청 많이 온다. 큰일이다 큰일이다- 하고 후다닥 찍고 서둘러 일어섰다. 수많은 중국인들이 앞에서 포즈를 잡고 엄청 좋은 카메라로 연신 셔터를 눌러대는구나... 신기하게도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그분들은 DSLR 대포 렌즈를 가지고 다니며 사진을 찍는다. 누가 봐도 깃발 따라다니는 패키지 관광객인데 장비는 사진 전문가 포스. 우리나라도 한창 카메라 유행했을때 저런 모습이었을까, 싶기도 하고. 언젠가 무거워서 그 카메라 팔아치울 날이 올거에요- 으흐흐. 저주아닌 저주.
계속 동네를 돌아돌아 오빠가 인도하는데로 따라 다니는데 어디가 어딘지 잘 모르겠지만 계속해서 관광지라 한다. 여긴 무슨 성당이래, 여긴 어디래, 하면서 가이드 역할을 하는 오빠. 그런데 내 기력이 다한탓인지, 이제 올드타운하면 더이상 머리 속에 더 들어올 정보가 없다고 쳐내는 탓인지 하나도 제대로 들어오지 않는다. 다 비슷비슷해 보이는 올드타운이 문제인지, 이런 도심 걷기에 지친 탓인지 계속해서 처지는 느낌. 안되겠다, 좀 다른거 보러 가자! 하고 미술관에 가기로- 브라티슬라바라는 도시에서는 어떤 전시가 있는지 아는 정보라곤 하나도 없지만 도시 외곽에 있는 미술관이 꽤나 볼만하다는 얘기들이 있어 그곳에서 오후 시간을 보내는 게 올드타운에서 비슷한 건물을 계속해서 보는 것보다 훨씬 좋을 듯하니까요. 우리가 있는 곳에서 그 곳까지 가는 방법을 찾아보니 배로 가는 방법과 버스로 가는 방법이 있다. 배? 큰 강이 흐르고 있으니 이 강을 따라 배로 미술관에 가는 것도 꽤나 운치있을 것 같아 선착장으로 이동.
강을 따라 쭉 걸어 내려가면 낡아서 쓰러져가는 낮은 건물이 티켓을 판매하는 장소다. 여기가 맞는지, 정말? 진짜? 계속해서 기웃기웃해 봤는데, 여기가 맞다. ㅎㅎ 티켓 사서 배타고 가기만 하면 되지 건물 낡았다고 설마 배도 통통배겠냐;;; 싶어 우선 들어가는데 오빠가 먼저 들어가고 내가 뒤따라 들어가며 문에 붙은 종이를 힐끗 보는데 뭔가 이상하다. 으음? 뭐지? 싶어 다시 읽어보니 도나우 강 수위가 낮아져 약 일주일간 배 운행을 하지 않는다는 안내문. 허얼.... 오빠오빠- 다급하게 오빠를 불러 이 정보를 공유하나, 오빠는 믿을 수 없다는 듯 티켓 창구로 가 다시 확인. 역시 운행하지 않는다는.;;; 으흐.. 우리 그럼 버스 타고 가야하는거냐;; 사실 대중교통을 이용하기에는 무리가 많은 나라인지라 가능한 확실한 방법으로 이동하고 싶었건만, 역시 쉽지 않다. 그럼 블로그에 나와있는 정보를 따라 버스를 타고 가야겠다.ㅠ
다시 버스 정류장으로 가는 길. 강 안쪽에 무슨 길가 시장이 열렸다. 천막을 치고 사람들이 햄버거며 소시지며 맥주 등을 팔아대고 있다. 으아- 맛있겠다- 싶으면서도 저기 앉아서 맥주랑 소시지 먹고 있으면 입돌아가겠다, 바람이 이렇게 쌩쌩 부는데 어떻게 저기 앉아서 저걸 먹고 있나, 부르르- 보기만해도 떨리는 몸. 그래도 소세지 굽는 냄새며 음식 냄새를 맡아서 그런지 허기지는 것 같은 느낌? 밥을 먹자.
# eurovea 쇼핑몰
추우니 우선 안에 들어가 먹는 걸로 하고 브라티슬라바에 꽤 큰 쇼핑몰이 있어 들어가 구경도 하고 근처에서 먹기로- 어제부터 계속 쇼핑몰에 들어가 밥 먹고 있구나.;; ㅎㅎ 나름 합리적인 가격에 선택의 여지가 많아 쇼핑몰 푸드코트는 좋은 식사 장소. 맥도날드 간판도 보이니 한바퀴 둘러보고 아니다 싶으면 맥도날드로 가는 것도 방법이지; 싶어서 들어갔다.
1층부터 슬슬 다니며 구경하는데- 생각보다 꽤 크고 번듯하다. H&M 매장으로 들어가는 갱. 한국에서 가져온 여름 바지가 너덜너덜 해진 관계로 바지 하나 사야겠다 싶었던 차에 눈에 들어온 매장이니 관심있게 봐야지. ㅎㅎ 하고 바지 구경. 후크 달린 바지는 탈락, 내 통통한 배를 감싸기 힘들지, 고무줄 달린 스키니 면바지 앞에서 어정어정- 사이즈가 이게 맞니 저게 맞니 하면서 목에 대보고 길이 맞춰보고 그래도 입기는 싫어서 내빼다가 도저히 사이즈를 모르겠어서 결국 탈의실에 바지 2개 들고 들어가 입어보기로. 낙낙하게 입으면 될 것 같아서 낙낙한 사이즈 먼저 입었는데 심히 주름이 많이 간다. 좀 끼나? 싶은 바지는 타이트하게 맞는 모양. 한벌에 19유로. 얇은 검정 면고무줄 바지. 당첨입니다. =) 밥먹으러 들렀다가 득템한 느낌.
위로 올라가 진짜 목적인 푸드코드로. 깔끔하고 맛있어 보이는 식당들이 많다. 맥도날드 안가도 되겠어. ㅎㅎ 근데 피자도 파스타도 그닥 땡기진 않는다. 어제 중국음식인가 태국음식인가를 먹어서 중식도 그닥이고.;; 뭘 사나- 하다가 선택이 어려울때마다 좋은 답안지가 되어 주었던 서브웨이. 미트볼 샌드위치. 하나와 파스타는 아니고 초록색 페스토에 링귀니 섞어놓은 음식이 보여 저건 무슨 맛일까 싶어 고거 하나를 주문. 서브웨이는 꽤나 성공적이었고, 초록의 페스토는 이게 원래 이런맛인가- 나는 다시 이 맛을 선택할 것인가- 고민하게 만들었다는.;; 푸드코트라서 대충 만들어서 이런 맛일거야, 라는 생각이니 좀 더 좋은 레스토랑에서 한번 더 도전해 봐야지;;
# 다뉴비아나 아트 뮤지엄 Danubiana Meulensteen Art Museum
쇼핑몰에서 멀지 않은 장소에 버스 정류장이 있다. 버스가 한대 서있었는데 티켓을 사는 곳을 몰라서 ㅠㅠ 물어물어 뒤쪽 건물에서 판다는 정보를 듣고 후다닥 가서 왕복 티켓을 사왔는데 버스는 떠나고 난 뒤. 미술관까지 가는 버스는 한시간에 두대씩 운영한다. 다음버스는 30분 뒤에 출발할 예정같구나.;;
기다렸다 탑승. 도시 바깥쪽으로 가는 버스라 사람이 타는 사람보다 내리는 사람이 더 많다. 버스에 남아있는 사람은 어린아이와 아빠로 보이는 부자와 우리 둘뿐. 저 멀리서 미술관 비슷한 형체가 보여 저기서 내리면 되나부다- 하고 있는데 삐이- 하고 벨이 눌린다. 으음? 급 당황한 오빠. (난 구글맵을 안켜놓고 있으니 길에 대한 감이 없을 뿐이고) 그 부자가 내리는 곳에서 우리도 내려야 한다며 후다닥 짐을 챙긴다. 정신없이 따라 내리는 나. 나라도 집중을 하고 있었으면 좋으련만 차만타면 멍때리고 휴대폰 보기 바쁘니;; 분명 저 멀리 미술관처럼 생긴 건물이 보여 안심하고 따라 내린거 같은데 왠 하구둑 위다. 우와- 하구둑이넹- 하면서 미술관쪽으로 슬슬 걸어가려니 바람이 차다. 바람이 세다. 으아악, 달리자 하고 달리는데 저 앞에 가던 버스가 미술관 앞에 선다. 으음? 마지막 정류장이 미술관 앞이었나부다. 헐- 하고 오빠를 한번 봐주니, 오빠는 멋적은 듯 달린다. 에라이.
세찬 바람을 맞으며 미술관으로 들어가기 전 인증샷. 추우니까 빨리빨리 하고 후다닥 들어갔다. 따뜻하고 평온한 분위기. 밝은 미술관. 여느 미술관들처럼 어둡고 침침한 분위기의 무게 잡는 느낌이 아니라 우선 좋았다. 입장료를 지불하려하니 곧 끝나는 시간이라며 괜찮냐 물으신다. 괜찮아요- 하고 방긋웃는 우리 둘. 천천히 작품을 둘러봤다.
기존에 많이 알려진 내가 이름을 어디선가 들어봤다 하는 작가들은 하나도 없었지만 굉장히 흥미롭고 재미있는 그림과 조각들이 많아 정신없이 관람. 널찍한 공간에 툭툭 던져진 그림과 조각들이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한다. 이 그림은 뭘 말하고 싶은걸까. 하는 생각도 하고 오빠와 서로 다른 생각을 공유해 보기도 하고. 말도 안되는 생각들을 갖다 붙이며 니 똥 칼라 파워를 외치기도.
인상적인건 피터팬 일러스트레이터 Peter Uchnár의 전시와 어린아이가 연필로 데셍하고 수채화 물감으로 칠한듯 그린 Walasse Ting 중국식 춘화같은 그림들 특별전시였는데 극과 극의 전시를 동시에 봐 동심으로 돌아가다 음란해지려는 마음을 걷잡을 수 없어 마음이 헤메였던.
미술관의 끝까지 걸어가면 커피숍이 있다. 널찍한 통유리로 바깥 전경을 바라볼 수 있고, 조각품들도 볼 수 있는 커다란 쇼파가 마음에 들던 까페. 커피 한잔과 쿠키하나를 시켜 오빠와 앉아 분위기와 공간을 즐겼다. 뉘엿뉘엿 해는 지고, 눈 앞애 맛있는 커피 한잔과 사랑하는 남편이 있는 풍경. 꽤나 마음에 든다.
# 코리아 푸드
미술관에서 다시 버스를 타고 처음 정류장으로 돌아왔다. 근처 코리안마트가 있어 그곳에 들러 라면이나 좀 살까, 구경이나 좀 해볼까 싶었는데 문이 닫혔다. 6시에 칼같이 닫는구나. ㅠㅠ 유리창 너머로 뭘 파는지 구경하니 조청유과 같은 과자도 보이고 한국 슈퍼에서 볼 법한 음식들이 꽤나 많이 있다. 으아- 아쉽다, 아쉽구나. 한탄을 하며 발걸음을 옮기는 수밖에.
# 헝거게임
브라티슬라바에서 버스 타기란 쉽지 않다. 하.. 버스표를 사는 곳도 마땅치 않고, 무조건 동전을 사용해야 하는데 동전 교환기가 티켓 판매기 옆에 바로 있는게 아니라 지폐를 동전으로 바꾸고 다시 그 동전으로 버스 표를 사야한다. 번거롭다... 또 타야하는 시간에 따라 15분짜리 티켓을 살지 30분짜리 티켓을 살지 1시간짜리 티켓을 살지 정해야 하는데 넉넉한 티켓으로 사면 좋으련만, 우린 돈이 없으니 15분만에 갈 수 있을까와 없을까 사이를 고민하며 한 정거장 정도는 더 걸어볼까 하며 굳이 굳이 걸어 15분 컷을 할 수 있을만한 장소까지 가 버스를 탄다. 버스를 타고 숙소로 돌아오는 중에도 15분이 넘을까 조마조마한 내 마음. 하.. 그거 뭐라고-
군것질을 한 탓인지 배가 많이 고프진 않아 목욕을 하는 오빠를 욕실에 들여보내고 난 침대에 누워 헝거게임을 재생. 이미 보고 책으로도 읽고 다시 보는 영화지만- 난 이 영화가 마음에 든다. 동생을 대신해 헝거게임에 뛰어들고, 자신이 원하고 할 수 있는 것들을 선택하는 과정이 사람들의 마음을 울리고, 본의 아니게 영웅이 되어버린 여자아이. 그럴 의도는 전혀 없었지만 그녀의 행동 하나하나가 누군가에게는 의도로 읽혀지기도 하고 의도든 아니든 열광하기도 하고. 제일 좋아하는건 1편에서 루와의 관계. 다시 생각해도 마음이 아픈 장면.
이렇게 브라티슬라바는 머문다.
내일은 오스트리아 비엔나로 간다.
비엔나 다음엔 파리. 하. 자동차여행.
어떻게 될런지 나도 에라 모르겠다 하는 마음으로 오늘은 여기까지!~